토요일 오전에 갑자기 큰아이가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 했더니...
"엄마... 저기 장수풍뎅이가 있어요. 내 가방 위에 있어요!!" 하며 다급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속으로 '바퀴벌레를 잘못 본 거 아냐?' 이러면서 가까이 가서 봤더니...
정말 장수풍뎅이였다.
거의 원형에 가까운 타원형의 귀여운 까만 몸매를 뽐내며 큰아이 가방위에서 놀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차에, 마침 친정엄마가 와 계셔서 이 놈은 자신의 집(사육장)에 끌려 들어갔다.
신기했지만, 아침 출근준비를 해야 하기 땜에 제대로 못 보고 왔다.
토요일 저녁, 어제, 오늘... 우리 가족들은 장풍이를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하는 짓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때때로 비온다며 물주고.. 이러면서 놀았다.
큰아이는 자꾸 만지면 스트레스 받는다며 못만지게 했다. (소심한 자식...;;)
오늘 아침엔 이 녀석이 날겠다며 붕붕거리고, 플라스틱 사육장을 얼마나 긁어대는지... 맘같아선 풀어주고 싶었지만, 도저히 난... 잡아서 다시 사육장에 넣을 용기가 없기에 그냥 냅뒀다.
그런데, 장군이, 장순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 전에는 얘네들 번데기를 본 것 같은데, 이제 번데기도 안 보이고,
나와서 노는 건 한마리 뿐이니... 제일 처음에 들어 온 장풍이라고 밖엔 생각이 안 든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가지 더...
장풍이는 숫놈이었다.
뿔이 아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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