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오이지와 알타리무김치

그대로 그렇게 2022. 6. 14. 12:42

어제 결국 시장에 가서 피클용 오이 한 박스(17000원)와 다듬어진 알타리 무 3단 (10000원)을 차에 싣고 집에 가서

자정 12시 30분까지 씻고 소금에 절이고, 다듬어 잘라 절이고 잤다. 

찹쌀풀도 미리 쑤어놨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찹쌀풀에 고춧가루, 생강 다진 것, 조선간장, 매실엑기스, 고추씨 가루, 미원 등 넣어서 알타리무김치를 완성했다. 

어제 김치냉장고 큰통으로 두통에 오이를 소금에 담궈 절였는데도 오이가 많이 남아서 아주 작거나 아주 크거나 구부러지거나 못생긴 오이들은 걍 다 소금물에 절어지게 통에 담고, 중간크기 이쁘게 생긴 오이들만 빼 놨었다. 

그 오이들은 아침에 물: 진간장 : 식초 : 설탕 = 2 : 1 : 1 : 1 의 비율로 소스를 만든 다음, 

유리병에 오이들을 가지런히 포개 놓은 다음 위의 소스물을 끓인 후 한 소끔 식힌 다음 오이가 담긴 유리병에 잠길 정도로 부어 간장 오이 피클도 만들었다. 

 

소금물에 절인 오이들이 5-6일 정도 후에 누렇게 변색이 되며 익으면, 

건져서 채반에 받쳐 한나절 동안 물을 뺀 다음, 

다시 김치통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그 위에 마트에서 산 물엿(쌀 조청)을 흠뻑 들이 붓는다. 

그렇게 한 후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면 일주일 후에 오이에서 물이 나오며 쫄깃쫄깃한 오이지가 된다. 

이렇게 해 놓으면 1년 후에 먹어도 아삭아삭한 오이지를 먹을 수 있다. 

물엿이 들어가 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물엿 또한 소금처럼 삼투압으로 오이 내부의 수분을 빼내는 역할만 한다. 

그 정도로 수분을 빼내기 위해 소금을 과하게 쓰면 너무 짜서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이런 기발한 방법을 알아낸 것 같다. (울 할머니 환자가 가르쳐주심.)

한달 정도 후엔 단맛이 거의 없어지고, 걍 짜다. 

근데 단맛이 약간 나도 맛있다. 

엄마가 오이지 드시고 싶다 해서 작년에 만들어 놓고 잘 안 꺼내 먹은 오이지를 갖다 드렸더니, 지금껏 맛있게 드신다. 

 

사실 올해는 오이지 안 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오이지 또 만들어 줘. 네가 만든거 너무 맛있어."

이러시는 바람에 또 만들게 되었다. 

작년까지는 좋은 오이들을 사서 했었는데, 

어제 사온건 너무 못생긴 오이들이 많아서 잘못 샀나.. 후회도 엄청 되었지만, 

이왕 사온 것 버릴 수도 없고 해서 힘들지만 열심히 씻어서 만들어놨다. 

 

어제 운동을 하고 나오는데, 보름달이 정말 아름답게 떴다. 

그런데 평소보다도 웬지 더 따뜻하고 더 밝고,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게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았다. 

어제 내가 어떤 한 생각을 떠올려서 그랬나? 

늘상 그렇듯이 광신도 같은 생각인데...

난 부처님이 너무 좋아.. 뭐 그런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