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어제는 추억여행.

그대로 그렇게 2022. 5. 2. 17:45

지난 토요일 춘천친구 집에 세명이 모이기로 했다. 

원래 우리 모임은 네명인데, 한명이 빠지겠다고 해서 근처 사는 나랑 내 친구가 춘천에 사는 다른 친구 집에 놀러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토요일 오전 진료보는 와중에 카톡이 왔는데...

춘천친구 남편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모임을 취소해야 겠단 내용이었다. 

와.. 멘붕...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쿠키류 2종, 마들렌, 스콘에 오렌지 마멀레이드까지 챙겨 차에 싣고 출근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퇴근 후 친구 사무실에 갔다. 

둘다 허탈해 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들이 처음 만났던 대학들, 그 대학들이 있는 도시에 가보자... 

떠나온지 20년이 훌쩍 넘었고, 우리가 대학 다닌 때는 거의 30년 전인데, 얼마나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친구가 다니던 대학을 가봤다. 

친구가 묵었던 기숙사도 찾아내어 사진도 찍었다. 

이후 친구가 자주 놀러갔던 근처 고등학교를 찍고, 

내가 자주 놀러갔던 호수를 낀 풍경이 아주 좋았던 다른 대학교에 갔다. 

거기서 호숫가를 따라 같이 걷고... 

해가 져서 우리는 묵을 곳을 찾았다. 

호텔은 거의 없고, 모텔들이 많았는데, 연인들이 아닌 일반인(가족)들의 후기가 올라온 모텔이 괜찮을 것 같았다. 

가격은 6만 6천원...

와... 근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춘천친구 믿고 폰 충전기도 안 가져갔었는데, 모텔에는 종류별로 다 있었고, 

친구와 한 침대 쓰기 불편해서 바닥에서 친구가 잔다고 하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친구가 걱정되어 모텔 사장님께 여쭈어봤더니, 이불과 전기장판까지 빌려주셨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다음에 그 곳에 가면 그 모텔에 또 묵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모텔에 짐을 푼 다음 예전에 우리가 만났던 자취방을 찾아봤다. 

다 헐린 것 같았다. 

그때 가끔 가던 커피숍도 없어진 것 같았다. 

저녁을 먹은 다음 TV를 보면서 잤다.

 

잘 잔 다음날 근처 식당가서 밥을 먹고 짐을 챙긴다음, 

내가 예전에 살았던 하숙집을 찾아봤다. 

정말 많은 추억이 있던 그 곳. 

옛남친도 생각나고, 그 하숙집도 헐리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학교로 버스를 타고 다녔었는데, 그 길을 따라 차로 달려봤다. 

병원도 리모델링 되어 그대로 있고, 그 도로에 대해 이것 저것 생각이 나는데...

갑자기 뭔가 뒤통수를 치는 것 같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여기 살 때는 아빠도 살아계시고 울 엄마도 그리 늙지 않으셨었는데..." 하면서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친구도 옆에 있고, 운전을 하고 있어서 얼른 감정을 추스렸다. 

 

이후 내가 다녔던 대학교 캠퍼스 여기저기를 차로 돌아보고 난 후, 

너무 심심하면 선배차를 얻어타거나 버스타고 가봤던 그 도시의 산을 갔다. 

졸업 이후에도 남편, 아이들과 함께 한두번 왔었는데, 그 때보다 인파들이 확실히 많이 줄었다. 

절에 가서 절도 하고, 

절에서 운영하는 매점에서 몇일전 끊어져서 버렸던 손목염주를 새로 사고, 

튀각 과자 두개 사서 한개는 친구 주고, 한개는 내가 가져왔다. 

친구는 커피를 샀다. 

 

친구가 모텔비내고, 내가 차 기름값 내고, 나머지는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다녔다. 

 

너무 좋았다. 

눈물 흘리고 난후 머리가 정화된 것 같다. 

정신차리고 또 열심히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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