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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는 홈리스? 뉴욕 텐트숙소 좌절’ NY타임스

그대로 그렇게 2009. 9. 26. 12:56

‘카다피는 홈리스? 뉴욕 텐트숙소 좌절’ NY타임스

뉴시스 | 노창현 | 입력 2009.09.26 08:1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서울

 



【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불쌍한 카다피(Poor Muammar el-Qaddafi). 뉴욕에서 텐트 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끝내 쉼터를 찾지 못했다. 센트럴파크에서도, 뉴저지 잉글우드에서도 거절당한 카다피는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베드포드마저도 텐트 철거 명령을 받고 말았다.'

뉴욕타임스가 유엔 총회 참석 차 뉴욕에 온 리비아 지도자 무아마르 엘-카다피의 거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크게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A섹션 34면 전체를 할애해 카다피 텐트가 곳곳에서 퇴짜를 맞는 사연을 전하며 "카다피가 곡마단이 머물던 곳에 텐트를 마련하는 것외엔 달리 방법이 없을 것 같다"며 조롱섞인 기사를 올렸다.

당초 카다피 원수의 텐트 부지로 유력했던 이곳은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213에이커 부지를 아랍에미리트측이 임대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회장이 카다피의 입주에 제동을 걸어 당초 계획이 무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유엔 총회를 위해 뉴욕에 온 리비아의 지도자가 정처없는 홈리스가 돼다면서 마치 '형벌을 받는 성서의 카인과도 같은 신세'라고 묘사했다. 타임스는 뉴욕 일원에는 레저 차원에서 텐트 설치를 허용하는 명소들이 있지만 카다피를 받을 경우 주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니아일랜드의 경우 서커스단 링링브라더스와 바넘앤베일리 서커스가 지난 여름 해변가를 따라 텐트를 치고 공연을 한 후 노동절 이후에 철거했다. 코니아일랜드의 책임자 토니 지건 씨는 "카다피도 이곳에선 당연히 서커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텐트를 치는 비용은 배수시설 사용료와 기타 필요시설을 위해 1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건씨는 "코니아일랜드는 서커스를 많이 유치했기 때문에 상당히 서커스 친화적이다. 카다피가 온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정치 문제와는 별개로 카다피가 오면 관광객들도 몰려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엔 카다피 측이 받아들였을리 만무했다.

랜달스 아일랜드도 또다른 후보지였다. 원형극장에서 서커스가 단골로 개최된다. 공원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랜달스 아일랜드 스포츠재단의 에이미 보덴씨는 "카다피가 이곳에 온다면 관광객들을 상대로 티켓을 팔 수도 있고 체육대회도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가 텐트를 고집하는 것은 베드윈족의 전통이다. 일각에선 그가 엘리베이터 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그는 과거 러시아의 크렘린과 프랑스의 파리 엘리제궁. 로마의 공원 등지에서 에어콘 시설이 된 호화(?) 텐트를 세울 수 있었다.

뉴욕에도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스포츠 시설이다. 구 양키 스타디움이라든가 NBA 네츠의 새로운 홈구장으로 쓰일 브루클린 다운타운의 '애틀랜틱 야즈'도 있다.

애틀랜틱 야즈의 경우 "카다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차가 지나는 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소음 문제가 지적됐다.

이와 함께 타임스는 홈리스 쉘터를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홈리스연대의 패트릭 마키 씨는 "카다피는 홈리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다피가 '정치적 떠돌이'라고 할 수 있지만 홈리스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 가령 아이 둘을 데리고 있는 엄마가 직업을 잃었거나 가정폭력을 위해 피신한 홈리스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카다피가 당초 머물기로 한 베드포드의 세븐 스프링스는 트럼프 회장이 호화 골프 코스로 개발하기 위해 공을 들인 곳이다. 베드포드 타운의 리 로버츠 수퍼바이저는 지난 22일 시크릿 서비스(대통령 경호실)에서 나와 52 오레곤로드에 카다피 텐트를 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운의 빌딩 인스펙터는 거주 구조물로서의 텐트를 세우기 위해선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다피는 이 텐트 안에서 쉬고 잠도 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측이 성명서를 통해 "베드포드 세입자에게 텐트를 철거토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변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