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상한론을 다 외웠다.

그대로 그렇게 2021. 5. 14. 16:01

작년(2020년) 11월 중순(11월 15일경) 정도에 시작해서, 오늘까지 다 외웠다.

 

환자가 올 때 마다 찾아보고, 가끔씩 읽어보는 걸로는 도저히 이해도 안되고, 정확히 알 수가 없고, 한계가 느껴졌다.

 

그러다가 작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내 주변 사람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10월 경 프랑스 친구한테서 메일을 받았다.

 

본인이 코로나 걸렸다며 걸린 경위, 전조증, 증상 등에 대해 자세히 영어로 써서 메일을 보내줬다.

 

이 친구가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은지 불과 몇개월도 안되어서 이런 일을 또 겪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인간적으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게다가 이 친구는 같은 절을 다니고, 나처럼 채식도 하고, 침술을 공부하여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있고, 인성도 좋고, 부드러운 햇살같은 웃음을 띤 나보다 다섯살이나 어린 동생과 같은 친구여서 더 슬펐는지도 모른다.

 

물론 좀 철이 없고 가끔 성질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멀리 떨어져 지내는데다, 나이들면서 하나 둘 인연 끊어지는 친구들 생각하며 지금 있는 소중한 인연들은 웬만하면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참고 다스리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한두달에 한번씩 연락 주고 받으면서.

 

 

첫번째로는 이 친구가 코로나 걸리면서 받은 충격과 전세계에 코로나(전염병) 창궐에 의한 위기감.

 

두번째로는 고3이 되는 울 아들.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을 보면서, 집에서 띵가띵가 노는 엄마의 모습 보다는 뭔가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를 보여주고, 고통 분담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는 생각.

 

세번째로는 8년전 미국 다녀온 후 하루에 7-8문장씩 영어문장을 외우는 습관과 더불어 <천수경>을 몇년간에 걸쳐 거의 완벽하게 외우는 전력이 있어 상한론도 그런식으로 하면 외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지 어언 6개월. 드디어 오늘 아침 전철로 출근하면서 마지막 조문 182까지 다 외웠다.

 

대총경절이 정리한 <상한론해설>책을 10년전에 작은 수첩에 적었었다.

외우려 하기 보단, 작은 수첩에 적어 놓으면 처방을 생각할 때 바로바로 꺼내어 찾아보기 쉽겠다... 는 생각으로...

외우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다 외웠다.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천수경> 처럼 매일매일 잊어버리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외워나가야 한다.

 

아마 내가 한의사 은퇴하거나 죽기 얼마전 까지 외울 것 같다.

 

몇개월동안 외우면서 느낀 점은...

아.. 진작에 외울걸... 하는 후회감.

환자를 변증할 때 머릿속에 있으니까 훨씬 쉽다는 점.

그동안 놓쳤던 병증과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점.

 

오늘 이후에도 계속 공부할 테지만, 이 외운걸 응용해서 또 어떤 깨달음이 생길런지,

이걸 토대로 이배생 상한론, 맹웅재 상한론, 대총경절 상한론을 다시 찬찬히 한번씩 복습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볼 때보다 훨씬 쉽게 다가올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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