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의 노자이야기

잃은 사람하고는 잃은 것으로 어울린다

그대로 그렇게 2009. 10. 30. 15:33

정우열 교수의 노자이야기 42
“잃은 사람하고는 잃은 것으로 어울린다”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熟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희언(希言)은 자연(自然)이라”한 것은 말이 드문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자연은 말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희(希)’는 ‘희(稀)’와 같이 드물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회오리바람[飄風]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낙비[驟雨]는 하루 종일 오지 않는다. 

누가 이렇게 하는가?  하늘과 땅이 이렇게 한다. 큰소리로 말을 많이 하여 자기를 과시하려 하거나 길게 논리를 늘어놓아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이 일반적 성향이다. 

그러나 노자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즉 순리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합하여 온갖 일을 이루어 내지만 요란스럽게 떠들면서 하지 않는다. 

별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게 하고, 그때가 되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게 하는 등 대자연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지만 그런 것을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말로 선전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가끔 부는 회오리바람이나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로 말을 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하늘과 땅의 말도 아침나절이나 하루 이상 계속되는 경우가 드물다. 

하늘과 땅도 이렇게 가끔씩 짧게 말을 하는데, 어찌 사람이 그토록 오래 말을 계속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말을 적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공자도 『논어』에서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가?  사철이 순리대로 바뀌고 만물이 생겨나지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가?(天何言哉, 四時行焉, 百物生焉, 天何言哉)”라고 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루 종일 떠들지 않는가?  

라디오를 틀어도 떠들고 TV를 틀어도 떠들어 댄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온종일 시끄러우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데 천지는 만물을 낳고 키우고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면서도 말이 없다.
정우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