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종호
출판사 -- 북카라반
2008년 3월 펴냄.
넘 재밌게 읽었다.
사실 이런 책은 책거리라 하기엔 좀 그렇다.
3일동안 다 읽었기 때문에...
책거리라 하면 읽기 어려운 책을 몇개월에 걸쳐서 읽었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떡이나 음식 등을 돌려 먹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흘동안 읽을만한 책을... 사실은 시간만 있다면 하루만에라도 다 읽을 만한 책을 다 읽었다고 책거리라 하기엔 좀 민망스럽지만...
그저 감상문이라도 쓸려고 여기에 적는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문명전을 하기 때문이다.
워낙에도 이집트 고대문명에 관심이 많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기억력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는데, 이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뭔가 준비를 해야 겠단 생각이 들어 서점에 들렀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한 이집트 관련 책도 샀다.
예전에 이집트 관련 서적을 읽었던 적이 있다. 하나는 이집트 고대 신들에 관한 얘기였고, 하나는 이집트 역사를 100장면으로 나눠서 설명한 책이었다.
이집트 고대 신들에 관한 책은 이집트 고대 문명에 대해 실망감만 더 안겨줬다. 내용도 난잡하고, 신들의 관계도 또한 그랬다. 차라리 그리스 신화가 더 신화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 역사 100장면은... 읽다가 졸기도 많이 했다. 왜냐면 난 고대 역사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기원 후부터 현대까지 너무 자세하게 써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무척 흥미진진해 하는 투탕카문왕, 람세스2세, 이집트 최초의 여왕 하트셉수트, 유일신앙인 아톤 신앙을 숭배한 이크나톤왕과 그의 부인 네펠티티 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써놨다.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점은 투탕카문왕이 19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는데, 그 사망원인이 타살이란 설이 유력했으나, 현대의 촬영기법과 연구로 인해 무릎 뼈 주변의 복합 골절로 인한 감염에 의해서 죽었다는게 밝혀졌다고 한다.
투탕카문 왕은 아톤 신을 숭배했던 이크나톤 왕의 아들이나 조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이크나톤 왕이 죽은 후 아톤신앙은 철저히 없애고, 아몬 레 등의 다신교로 회귀하려 할 무렵이라 아톤신을 숭배했던 투탕카문왕이 살해당했을 거란 추측이 매우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엔 여러가지 사진도 많은데, 특히 람세스2세의 둘째부인 네페르타리왕비의 벽화 사진이 너무 사랑스럽단 생각이 든다.
람세스 2세는 아부심벨 신전과 같은 많은 석조물들을 만든 왕으로도 유명한데, 수많은 왕비들 중 네페르타리를 가장 사랑해서 그랬는지 이 왕비의 무덤이 가장 아름답게 꾸며졌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엔 몰랐던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게 뭐냐 하면... 이집트 왕들이 다 피라미드를 만들지는 않았단 사실이다.
이때껏 그랬는 줄 알고 왕가의 계곡이니 어쩌니 해도... 피라미드가 산사태나 모래의 풍화작용으로 덮인거라 생각했었는데...
피라미드를 무덤으로 축조한 건 기원전 3000년 경에서 이집트 13왕조까지 정도였고, 그 이후론 왕들의 무덤이 하도 도굴꾼들에게 파헤쳐지니까 피라미드처럼 생긴 계곡의 바위를 깎아서 조그맣게 만든 무덤이 등장하는데, 그 계곡이 바로 왕가의 계곡, 왕비의 계곡인 것이다.
물론 이 무덤들도 심하게 도굴됬지만 말이다.
게다가 피라미드를 축조하거나 신전을 건설할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노예들을 마구잡이로 부려먹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고대 이집트는 노예라는 제도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자기 땅과 재물을 소유할 수 있는 하인이나 시종 정도는 있었다고 한다. 파라오들이 대건설공사를 일으킨 이유는 나일강의 범람시기인 7월에서 9월까지의 이삼개월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이때 굶어죽게 되는 빈곤계층을 위해서 나랏돈을 풀어 먹여살리기 위해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왕가의 계곡에 파라오의 무덤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도굴꾼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하는 작업을 위해 작업인부나 기술자들이 가족을 이루며 숙식을 하고 살 수 있도록 근처에 집을 마련해주어 대대손손 살게 했다고 한다.
암튼... 너무 재밌게 봤고... 조만간 4-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 유물을 다만 소량이라도 직접 볼 수 있다는게 너무 가슴이 설레인다.
전시회가 좋은 이유는... 돈과 시간을 들여 직접 그 나라에 가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화가나 유물을 다만 한조각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고 그러니깐... 과연 내가 이집트나 그리스같은 나라에 가서 그 멋진 아부심벨 신전이나 크레타섬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든다. 옆에서 미사일 빵빵 쏴대는 북한 똘아이 동지들 때문에 과연 오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이 책에는 지나치게 많은 여행객 때문에 수많은 벽화와 유물들이 훼손이 많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 한사람 안가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꿈속에서라도 아부심벨 신전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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