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열의 노자이야기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그대로 그렇게 2008. 9. 18. 11:19

정우열의 노자이야기 6

정 우 열 원광대 한의대 명예교수
“마음을 비우라”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허기심(虛其心)’란 ‘그 마음을 비우라’는 뜻이다. 그럼, 마음을 비운다는게 무심(無心)하라는 뜻인가?  마음을 없앤다?  어떻게 마음을 없앨 수 있겠는가?  여기서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마음을 없애라는 뜻이 아니라 차별심을 갖지 말라든지 또는 차별심을 갖지 말게 하라는 뜻이다. 

‘실기복(實其腹)’란 ‘그 배를 채우라’는 말이다. 이 말은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것은 다스리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란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만 하더라도 시골엔 시계가 없었다. 배가  곧 시계다. 배고프면 때가 된 줄 알고 밥을 차려 먹었다. 그런데 요즘엔 시간표를 짜놓고 배가 고프나 안고프나 그 시간만 되면 먹어야 한다. 이른바 문명인일수록 음식을 요란하게 꾸며서 배보다는 눈요기를 즐기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라는 가르침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약기지(弱其志)’는 욕심을 품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욕심 중에서도 특히 ‘일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일이건 욕심을 내어 하면 억지를 부리게 된다. 억지를 부리면 자연히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뜻을 약하게 하라(弱其志)”는 말은 일을 하되 욕심 없이 하라는 말이다. 즉 자연의 법도에 맡겨두라는 말이다. 

‘강기골(强其骨)’은 기골을 건강하게 하라는 뜻으로 백성들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결은 다스리는 자가 ‘약기지(弱其志)’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 일 욕심이나 물건 욕심이 너무 심하면 몸이 망가져 건강을 해치게 된다. 요즘 한의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그 병의 원인들이 너무 많이 먹거나 몸을 무리하게 부리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의 비결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 그 앞에서 자신의 욕심을 자꾸만 비우면서 가는데 있다. 

지금도 티벳에는 백 살여를 넘게 사는 장수촌이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그렇게 오래 사는 것은 바로 문명의 혜택을 받아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해 살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도를 어기게 되고, 자연의 순환 질서가 망가지게 되면 인간 스스로 아무리 오래 살려고 해도 오래 살 수가 없게 된다. 
공자(孔子)께서는 “물유본말(物有本末)하고 사유종시(事有終始)하니 지소선후즉근도의(知所先後則近道矣)니라”하시었다. 물[物]에는 본[本]이 있고 말[末]이 있으며 일[事]에는 시작이 있고 마침이 있으니 먼저와 나중이 어딘지를 알면 도[道]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럼 자연과 사람을 놓고 보면 어떠한가?  이때 자연이 본(本)이고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나온 말(末)이 된다. 그렇게 보면 사람이 나중[後]이고 자연이 먼저[先]가 된다. 따라서 사람은 자연을 좆아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그렇지 않다. 항상 사람이 먼저고 자연은 나중이 되어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어 자연도 못살게 되고 사람도 죽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으로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우며 뜻을 약하게 하고 뼈를 강하게 하라”는 말씀은 본(本)을 본으로 알아 앞세우고 말(末)을 말로 알아 뒤에 세우고 나아가라는 뜻이다. 그렇다. 백성의 건강이란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자가 먼저 자연의 순리를 좆을 때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