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

파멸의 문

그대로 그렇게 2008. 8. 6. 11:15

재가자를 위한 붓다의 교설(8) 파멸의 문(1)

 

 

 

파멸의 문(1)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 소장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사밧티(舍衛城)의 제타 숲, 외로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장자의 동산(祇樹給孤獨園)에 계시었다. 그때 용모가 아름다운 한 신이 한 밤중이 지나, 제타 숲을 비추면서 세존께 가까이 다가왔다. 세존께 예배드린 후, 한쪽에 서서 시로써 여쭈었다.

 

91. “저희는 패망하는 사람에게 대해서 고타마께 여쭈어보겠습니다. 파멸에 이르는 문은 어떤 것입니까? 세존께 그것을 묻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92.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번영하는 사람도 알아보기 쉽고, 파멸도 알아보기 쉽다.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번영하고, 진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망한다.

9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첫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둘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4. “나쁜 사람들을 가까이 하고 착한 사람들을 멀리 하며, 나쁜 사람이 하는 일을 좋아하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5.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둘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셋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6. (아무 때나) 잠자는 버릇이 있고, 사교의 버릇이 있고, 분발하여 정진하지 않고 게으르며, 걸핏하면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7.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셋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넷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98. “자기는 풍족하게 살고 있으면서 늙어 쇠약한 부모는 돌보지 않는 그런 사람이 있다.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99.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넷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0. “바라문이나 사문, 혹은 다른 걸식하는 이를 거짓말로 속인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1.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다섯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여섯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102. “엄청나게 많은 재산과 귀금속과 먹을 것이 풍족한 사람이 자기 혼자서만 독식한다면, 이것은 파멸의 문이다.

103. “잘 알겠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것이 여섯째 파멸입니다. 세존이시여, 일곱째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파멸의 문은 무엇입니까?

 

위 내용은 『숫따니빠따(Suttanipāta, 經集)』제1장 우라가박가(Uragavagga, 蛇品)의 여섯 번째 『빠라바와-숫따(Parābhava-sutta, 敗亡經)』의 전반부이다. 이 경전의 제목인 ‘빠라바와’는 패배(敗北) 혹은 패망(敗亡)이라는 뜻이다. 즉 인간이 타락해 가는 모습을 ‘패망’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파멸의 문’으로 고쳤다. 붓다는 이 경전에서 인간이 정신적으로 타락해 가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즉 열두 가지 행위가 인간을 타락하게 만드는 파멸의 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전반부의 여섯 가지 파멸의 문만을 소개하였다.

 

여섯 가지 파멸의 문을 간추리면, 첫째는 진리를 싫어하는 것이다. 둘째는 나쁜 사람을 가까이 하고, 착한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셋째는 게으르고 화를 잘 내는 것이다. 넷째는 부모를 잘 모시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는 수행자를 거짓으로 속이는 것이다. 여섯째는 부자가 자기 혼자만 호의호식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붓다께서 첫 번째 파멸의 문으로 지적한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은 번영하고, 진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패망한다.’는 대목은 깊이 새겨두어야 할 가르침이다. 팔리어 담마(dhamma)라는 단어는 진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법칙, 정의, 규범이라는 뜻도 담겨있다. 후자의 뜻으로 보면, ‘정의나 규범을 사랑하는 사람은 흥하고,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망한다.’로 바꿀 수 있다. 사실 불의와 편법은 처음에는 성공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파멸의 문이다. 한마디로 정도(正道)만이 영원히 승리한다.

 

 이러한 붓다의 가르침을 마하트마 간디는 ‘진리만이 이긴다.’라고 표현했다. 귀담아들어야 할 소중한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