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났다.
이제 우리도 늙는구나... 싶게 얼굴에 주름도 패이고 피부도 거칠어 보였지만,
수심이 있는 표정이 더 걱정스러웠다.
이번 세월호 사건 땜에 맘이 아파서 웃기도 죄스럽다고 하는 명*이.
혈우병을 가진 아들 땜에 늘 전전긍긍하며 지내다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가 되면서
이번 사건을 남일 같지 않게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친정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니 시댁 가서도 웬지 무시받는 느낌이 든다면서 아픈 친정아버지라도 계셨던 때가 그립다고 말한다.
그나마 남편이 군인인데 요즘 병영생활에 적응 못하는 병사들을 다독이고 상담해주는 역할을 맡고 나서부터는 가족과 와이프한테 더 잘해준다고... 그래서 많이 고맙다고 한다.
미*이는 이혼한 이후 남편이 진 빚 때문에 많이 고생했지만 지금은 하나 있는 아들이 밝게 잘 자라주고 공부를 잘해서 전보다 더 행복해 보였다. 건설회사의 회계 경리직을 맡고 있는데, 한푼도 빼돌리지 않고 정확하고 깨끗하게 돈관리 하는게 자신의 철칙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걸 보고 역시 내 친구구나... 라는 흐뭇한 생각을 했다.
주*이는 아직 시집안간 아가씨라 우리보다 덜 힘들 것 같았는데, 알고보니 참 억울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겹게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의 방과후 돌봄 서비스 선생님으로 들어가 20명 남짓한 아이들을 하루 5시간 정도 돌보고 있는데, 그 중엔 루게릭병에 걸린 아이, 미혼모 아이들, 이미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가출을 시도해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들 등 다양한 가정의 아이들이 있는데, 가장 힘든 건 엄마들의 민원... 배 아파하는 아이를 잘 안 돌봤다고 병원에 입원시켜 별 증상이 없슴에도 불구하고 검사비와 입원비를 뜯어내는 보건소 간호직급 엄마와 저녁 11시 반에 퇴근해서 아이를 잘 돌보지 않는 웨딩플래너 엄마를 둔 아이...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돌볼까, 친구의 어깨가 많이 무겁겠구나 걱정을 하는 와중에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으니...
그건 친구가 기껏해야 월급 77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90만원 월급에서 이것저것 제하면 실 수령액이 77만원이라고 한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가사 도우미를 하라고 했다.
가사 도우미는 시간당 만원인데...
친구는 시간당 5000원 넘는 돈으로 그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 다른 애들도 그만 두라고 했지만, 자기 자존심이 있어서 1년은 버틸거라고...
1년 버틴다 해도 그 기간 중에 학교에서 교묘히 일주일을 뺐기 때문에 퇴직금도 받을 수 없게 해놨다고 한다.
와... 주*이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너무 싫다고 성토를 하는 아이인데...
왜 싫어하는지 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이렇게 핍박받고 사는데, 대통령과 기득권자들을 좋게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불쌍한 아이들 니가 맘 이쁘게 먹고 잘 돌봐주라고 말은 했지만...
기본적인 생활도 못하게 하는 월급을 받으며 봉사심만으로 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란 생각이 들어 지금도 많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주*아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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