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척 생일이라 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집에 살고 있는 나보고 고모할머니라고 부르는 초딩이 식물키우기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는 걸 발견했다.
(나도 그럼.)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초딩답게 식충식물을 키우는 것이었다.
파리지옥, 끈끈이 주걱 등...
끈끈이주걱이 몇개 되길래 울 집에 뿌리파리들 많다며 관심을 과하게 줬더니,
불쌍해 보였는지 한개 주었다.
집에 델고 와서 일단 베란다에 아무렇게나 냅두고 잤는데,
그 담날 보니 뿌리파리 대여섯 마리가 붙어 있었다.
그 집에서 델고 올 때는 매우 깨끗했다.
그래서 하루이틀 동안 낮에는 베란다에서 햇빛 쬐게 하고,
밤에는 집안에 들여 부엌 휴지통 옆에 두고 했더니...
엄청나게 많은 뿌리파리들이 달라 붙어 있는 것이었다.
거의 3-40마리?
이 모습을 본 울 아들이
더 많은 끈끈이 주걱이 시급하다면서 더 사라고 난리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네개 더 주문했다.
낮에는 베란다,
밤에는 아이들 방에 한개씩 놔주고,
한개는 거실, 한개는 안방...
초딩 집에서 델고 온 끈끈이 주걱은 이미 포화상태, 과식 상태라 잎이 축 늘어져 있길래
불쌍해서 걍 베란다 선반에 줄곧 있게끔 냅두었다.
끈끈이 주걱 한개만 있을 때는 모기도 있었는데,
다섯개로 늘어나서 그런가 모기도 없어진 것 같다.
근데 정확히는 모른다.
우리가 모기향을 피워놔서 그런가
장맛비에 놀래서 죽었나... 모기가 끈끈이 주걱에 붙은 흔적은 안 보인다.
아들은 끈끈이 주걱을 방에 갖다 놔줄 때마다 너무 든든하다면서 좋아한다.
초딩한테 많은 걸 배웠다.
사람은 역시 늘 배워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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