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말씀

도쿠가와 이에야스 17권 p110

그대로 그렇게 2010. 1. 7. 16:08

(히데요시의 다도 선생 센 리큐선사가 죽기 몇일 전의 일이다.)

 

" 이 아비가 비겁했던 건 이 점을 깊이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인다."

리큐는 여전히 시선을 멀리 둔 채 독백하듯 말을 이었다.

"아비는 道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오래 살아야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어.... 알겠느냐, 그렇게 되면 도보다도 생명을 더 중히 여기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게야."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쇼안이 대답했다.

"그렇게 되면 백 살 장수는 누릴 수 있어도 도는 남기지 못해. 도를 위에 놓고 생명을 잊고 도에 몰두해야만 비로소 도가 남은 것이야."

"................"

"그것을 조금 전에야 깨달았어. 사자들이 쓸쓸하게 돌아가는 모습. 머지않아 다시 우주의 생명 속으로 사라질 자신의 운명을 깨닫지 못하고 전하의 눈치만 살피며 살아가는 사자들의 가련함..... 그 가련한 사자들과 다툰 이 리큐도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겠느냐,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도를 운운하면 안 돼." 

" 예... 예"

도의 계승자 두 사람이 대답했으나, 양쪽 모두 확실히 깨달은 얼굴은 아니라고 오긴은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는 여자 특유의 날카로운 감수성을 지닌 오긴 쪽이 더 아버지가 하려는 말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이미 전하와의 싸움에 초탈하고, 도를 위해 돌아가실 결심이시다....'

이것은 같은 일인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었다.

히데요시와 싸우다 사사로운 원한을 품고 죽는 것은 쓸쓸하다. 그러나 도에 생명을 묻고 죽는 것은 순교자의 죽음처럼 숭고하다.

오긴이 안도했을 때는 아버지의 시선이 자기를 향해 있었다.

"오카메(오긴의 아명)에게는 특별히 남길 말도 없으니... 찻숟가락이나 하나 남기고 가겠다. 벼루를 가져오너라."

"예.... 저어, 벼루 말씀입니까?"

"거기에 곁들여 글을 하나 적어줄 테니, 여자와 남자가 다르다는 것을 망각하게 될 때면 그 글을 바라보며 차를 마셔라."

"예."

오긴이 얼른 붓통과 종이를 가져왔다.

리큐는 종이 위에 붓을 달렸다. 쿄카狂歌(익살과 풍자를 담은 짧은 시)였다.

 

             리큐는 그런 대로 훌륭한 보답을 받는가 보다

             칸쇼죠菅丞相(스가와라 미치자네의 별칭)가 되리라 생각하니

 

그 종이에 자기가 만든 찻숟가락 하나를 둘둘 말아, 그 위에 '오카메에게 주노라. 리큐'라고 써서 건넸다. 그때 이미 아버지는 침착한 미소를 되찾고 평소와 같은 자애로운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여자의 역할은 남자와는 다른 거야."

"예... 예."

"세상이 아무리 탁하다 해도, 탁하지 않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이 여자의 역할이다. 낳아 기른다............ 그 마음은 우주의 아름다움이 結晶된 모습........... 이것을 망각하면 여자라 할 수 없어. 여자로 살아야 한다, 너는."

오긴은 갑자기 가슴이 뻐근했다. 자신을 사사로운 원한의 소용돌이에 빠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업보를 읊은 쿄카의 의미가 뭉클 가슴에 와닿아 한꺼번에 눈물이 쏟아졌다.
"저는.............. 저는.............. 끝까지 여자로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