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자전거로 쇼핑하러 갔다 만난 케이.

그대로 그렇게 2008. 8. 28. 11:46

요즘은 일상의 많은 일에 자전거를 이용한다.

아이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 간혹 늦으면 자전거로 태워다주고,

장보러 갈 때도 자전거를 가져간다.

퇴근 후 저녁 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일년전부터 새벽에 장을 보러 다닌다.

새벽에 여는 마트는 홈푸라수.

하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요즘은 낯익은 직원들이 많이 생겼다.

근데 줄곧 다니던 마트가 언덕 지나서 있기 때문에 자전거로 다니기가 매우 불편하여,

오늘은 약간 멀지만, 그래도 무난한 도로를 지나가서 있는 다른 마트로 가 보았다.

역시나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도로를 지나다보면 정말 울컥할 때가 많다.

어떤 보도블럭은 땅에 지대로 안 박혀 있는지 자전거가 지나갈 때 마다 덜컥덜컥 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가 있고,

각종 턱!! 들은 내 꼬리뼈에 충격을 주곤 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아스팔트 깔린 차도를 자전거로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한데... 차도에 차가 없을수록 쌩쌩 내달리는 차들 때문에 차도에서 자전거 타기는 정말 쉽지 않다.

마트에 차로 가면 이것 저것 쓸모 있을 것 같은 물건들도 쓸데없이 사는 경향이 있는데, 자전거 타고 갈 때는 꼭 쓸모있는 것들...즉 메모지에 적어 놓은 것 이외에는 사질 않게 된다.

하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야채쥬스는 꼭 사야 하기에 다음 주 차로 왔을 때 사야겠다고 뒤로 밀어 놓는다.

아기들 우유와 치즈, 극성스러워서 자주 뚫어지는 큰 녀석 양말, 가게에서 손님들한테 드리는 사탕 등을 사서 뒷 자리에 꽁꽁 묶어 놓고는 신나게 페달을 밟으면 집에 오는데... 어떤 이쁜 아줌마가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휙~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뒷태가 어디서 많이 보던.. 앗! 케이다. 예전에 우리 가게에서 일했던 케이.

전문대 간호학과 들어가면서 우리 가게를 그만 두고는 방학 때 마다 내가 좋아하는 빵을 사가지고 인사오는 착한 케이.

케이가 나와 함께 1년 반 정도 일했는데 난 그녀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지금 내가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게 된 것도 사실 케이한테서 배운거다.

케이의 장점은 정말 많다.

그녀는 항상 긍정적이고 능동적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도 항상 농담과 웃음으로 넘기고,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힘들어 하지 않고 남편과 자식들을 살뜰히 챙긴다.

그녀의 농담과 웃음이 비록 허술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전문대 1년 반 다니면서 한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은 실력파다.

두번의 전액 장학금과 한번의 일반 장학금.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가난하고 궁색한 상황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거다.

우리는 까만 봉지에 필요한 물건이나 음식들을 넣고 길에서 들고 다니는 것을 결코 창피해하지 않으며 아무리 무거운 물건이라도 내 가족과 나의 생활에 필요하다면 집에 들고가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않는 그런 스타일인 것이다.

게다가 말도 얼마나 이쁘게 하는지... 아침에 내가 부르니까... "와... 이게 어쩐일에요? 오늘은 저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하며 반가워한다.  

내 주변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직장생활, 가정생활에 힘겨운 나날을 보낼때 "언니!~ 천천히 해~~" 하며 위로해주던 제이...

제이는 나에게 안빈낙도를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소중한 친구이다.    

난 제이를 부처님이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라고 늘상 말한다.

이번 추석 때는 케이한테 작은 선물을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침에 자전거 타고 가서 전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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