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연필 2.

그대로 그렇게 2013. 2. 21. 14:23

지난 할로윈때 둘째가 자기네 반 애덜한테 연필을 한 자루씩 나누어 주더만,

이번 발렌타인데이땐 반 친구들한테 연필을 꽤 많이 받아 왔다.

(안 반가워...;;;)

그중에 메이드 인 자팬이라는 연필이 하나 있었는데, (60엔이라고 써져 있는) 진짜 꼼꼼하게 잘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다.

비호감 일본놈(할머니가 항상 이렇게 말하셔서 버릇이 되었씀...;;)들 이런 건 잘 만들어... 속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애들 공부시키면서 연필을 깎는데...

이건 깎아 놓고 한번 쓰면 부러지고, 다시 깎아도 또 부러지고...

된장!! 무슨 연필이 이따구야? 라고 보니까...

떡!  찍혀있는 글씨가... USA

Owwww, maaaaan....

혼자서 중얼거렸다.

차라리 메이드 인 차이나가 낫다...;;;

 

우리나라 제품은 중국보단 낫고, 일본보단 못하지만...

결코 꿀리지 않는다.

돈이 없거나, 귀찮아서 한국산 쓰는 사람들은 최소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게 한국인 것 같다.

 

연필을 써서 없앨라고 샤프와 샤프심을 깊이 감춰놓고, 열씸히... 심지어 나까지 학원에서 연필을 쓰고 있는데...

(나 초딩 이후로 연필 안 써봤다...;;)

이번 발렌타인 때 연필이 또 잔뜩 들어오고...

어디 행사때마다 학교에서 조금만 잘해도...좀 피하고픈 메이딘 차이나 연필을 받아서... 다시 숫자가 늘어났다.

아마 두애들 초딩 졸업때까지... 혹은 내가 늙어죽을 때까지 쓰던지...

울 아버지가 30년 전에 주신 <민주정의당>이라고 찍힌 연필이 지금도 나에게 있는 것 처럼...

30년 후에 손주들이 내가 모은 연필을 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 애들은 할머니가 얼마나 열심히 쓰던 연필을 소비하려 노력했는지...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새 연필을 저장해두고, 헌 연필을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고 버렸던 아름다운 정신을 알지는 못할 것이다.

(너무 갔다...;;;)

 

사실은 연필만 문제가 아니라 누구 생일 때마다 받아오는 수많은 크레욜라 색연필... (잘 부러지는 얇은것만 준다는...),

필통 등도 문제다.

이건 내가 부유하다... 라는 자랑이 아니라, 초딩생을 델고 있는 미국, 한국 엄마들의 똑같은 고민일 것이다.

그래서 난 이번 발렌타인 때 아이들에게 지우개를 선물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애들 공부할 때 젤 많이 하는 말이...

"지우개!! 지우개 어디갔어?" 이기 때문이다.

지우개는 맨날 사 놔도 얼루 도망가 있고...

누가 지우개를 주면 기분이 좋다.

아무리 많아도 풍족해보이지 않고... (맨날 찾으니까...)

내가 이십년전에 샀던 대형 점보 지우개를 큰애가 젤로 좋아하는데...

어딨는지 또 없어졌다.

없어졌다 나오고, 사 놔도 또 없어지는... 지우개...

아이들 선물로는 최고인 것 같다.

받을 땐 "겨우?" 이러겠지만...

참 요긴한 놈인 것 같다.

좀 쓰다 보면 부러지고 작아져서 쓰레기통 갈 신세가 되고...

지우개 가루 날리는게 좀 짜증이 나지만...

 

별 쓸데 없는 소재로 글 쓰는 내가 한심하단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좀 보람차게 지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멀리하면 하루가 덜 황폐해지는 느낌이 든다.

낼은 학원 파티가 있는 날이라 아보카도 초밥과 고구마 튀김을 해야 하니까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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