かんぽう

침효과는 참 대단한 것 같다.

그대로 그렇게 2022. 9. 2. 18:09

 어제 진료중에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침에 허리를 삐끗했는데, 도저히 한의원에 못 갈 것 같고, 퇴근 후에 와 달라... 

울 엄마 또 나 보고 싶어서 꾀병 부리시는 것 아닌가.. 짜증났지만, 일단 퇴근 후에 가봤다. 

계획에 없던 일이라 차를 안 갖고 와서 대중교통 오진 울 한의원에서 한참 걷다가 버스 탔다가 또 걷다가... 

아 놔... 차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40분 넘게 걸려서 도착함..;;

울 환자들 내가 오진 곳으로 한의원 옮겨와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짠함. ㅠ

대부분 떨어져 나갔지만, 그래도 버스 정류장에서 30분씩 기다리며 꾸준히 오시는 충성환자분들 계심. 

 

암튼... 속으론 투덜대면 갔는데, 가서 보니 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엉덩이를 옆으로 빼고 간신히 걸으시고, 

물론 엉덩이를 들어서 옆으로 눕지도 못하시고, 잘 걷지도 못하셨다. 

통증 확인하면서 사암침 오지게 굴려봤지만, 잘 안됨. 하... 대체 사암침으로 성공하는 원장님들 워떤 비법이여? 

난 잘 안돼... 차라리 팔체질침이 낫지...

 

그래서 늘상 쓰던 근육침 씀. 

중둔근, 대둔근 침. 

 

바로 엉덩이 들으시고, 똑바로 걸으심. 

한의원에서는 근육침에 꼭 전침을 쓰기 때문에 전침 안 쓰고 엄한데 가서 침 놓는 것 되게 싫어했는데, 

전침 없어도 효과 짱~!!

 

오늘 새벽에 늘상 가시던 절에도 갔다 오시고, 

한의원에 걸어올 수 있다며 걸어오시다가 횡단보도에서 발 내딛다가 또 삐끗하심. 

이게 중둔근의 전형적인 통증 기전이다... 음...

중둔근 다친 환자들한테 내가 늘상 하는 말이 "서서 바지 입지 마세요~ "임. 

 

한의원 오셔서 또 에구에구~ 

보니까 어제랑 똑같아짐. 

 

다시 어제와 비슷한 방법으로 침 놓음. 

대신 사암침은 걍 소화 잘되는 쪽으로만 놔드림. 

방광경, 담경... 네... 저기로 가세요. 

오늘은 삼초경과 대장경 정도로만...;;

 

오신김에 같이 점심 먹자고, 원장실에 밥상 차려놨더니, 

오셨던 때와는 다르게 기분이 꽤 좋아지셔서 밥도 맛있게 드시고 가심. 

택시 불러드리겠다고 했지만, 또 굳이 걸어가시겠다고 하셔서 안 말림. 

말린다고 들으실 분이 아님....;;;

 

옆으로 몸을 굴리지도 못하시던 80대 노인환자도 벌떡 일으키는게 침이여~

 

허리시술하고 나서도 너무 아파서 죽고 싶다고 남편한테 본인 모친 산소 옆에 버려달라고 울었다던 60대 여환...

울 한의원에 거의 매일 같이 오셔서 지금 엄청나게 좋아지셨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허리를 맨날 옆으로 빼고 걸으시던 남환(70대)은 지금 많이 좋아지셔서 똑바로 걸어 오시지만, "나 한의원 옆으로 이사 오고 싶어." 맨날 이러심. 

 

에휴... 몇달 후에 정말 먼 곳으로 가는데... 

울 단골환들 슬퍼할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날 것 같음. 

 

그래도 다른 실력있는 원장님들 많으니까 거기로 가시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