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아이들의 사춘기,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

그대로 그렇게 2012. 6. 13. 13:52

아이들의 사춘기, 부모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야기

레이디경향|입력2012.06.13 11:46

요즘 사춘기를 일컬어 '1024'라고 한다. 10세에 시작해 24세에 끝난다는 의미다. 그만큼 빨라지고 또 길어진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에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게임중독, 비만, 성조숙증에 노출된 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춘기의 의미를 찾아주자. 건강한 신체의 성장과 건전한 정신의 발달을 통해 진짜 자아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바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10세부터 24세까지 사춘기는 계속된다?



사춘기는 몸과 마음이 자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춘기는 열병처럼 심하게 앓고,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언제 아팠냐는 듯 지나가는 10대의 한 현상으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요즘 10대들이 앓는 사춘기는 그렇지 않다. 신체는 어른처럼 성장하지만, 정신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학 입학 후 정신적 사춘기를 겪는 성인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예전보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시작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아 시기부터 시작된 각종 학습 일정으로 줄어든 놀이 시간, 영양가와 열량 높은 음식을 먹으며 그에 준하는 운동을 하지 못해 오는 비만, 성호르몬의 비정상적 분비로 발생하는 성조숙증, 컴퓨터를 일찍 접하게 되는 환경에서 게임 외에 갖가지 유해 정보로 인해 올바른 사춘기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다.

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장이자 소아청소년·소아신경과 전문의인 김영훈 교수는 여자아이의 경우 11~12세, 남자아이의 경우 12~13세에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1024 사춘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10세에 사춘기를 시작해 24세까지 그 기간이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대학생이 된 후 아무런 이유 없이 휴학을 하거나 자살 등의 돌발 행동을 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춘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이 중요한 시기가 너무 늦어지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신체와 정신이 고르게 발달해 자아를 찾아가는 사춘기가 입시 혹은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10대에 신체적 사춘기는 겪지만, 정신적인 사춘기를 겪을 틈도 없어 그 열병을 대학 입학 후에 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에 있어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부모의 지속적인 보호도 포함된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간 후에도 부모가 아이의 10대 시절과 별 차이가 없는 보호와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춘기의 뇌는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어


김 교수는 사춘기 이전의 아이에게는 칭찬을 해주면 효과가 있고, 또 20세가 넘은 대학생에게는 벌을 주면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에게는 당근이든 채찍이든 어느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사춘기의 뇌는 이를테면 '현재 공사 중'인 상태입니다.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시기죠.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어떠한 동기를 유발시키려는 노력 대신, 아이 스스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당근과 채찍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죠."

그는 누구나 사춘기를 겪으므로, 부모는 그저 지켜보며 방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되는 과정의 뇌는 사고 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데, 예를 들어 이 시기에 아이의 잘못된 판단을 그대로 방치하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도 그것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사춘기를 거치는 아이의 판단력을 지켜봐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춘기의 뇌는 감정이 지배합니다. 따라서 극단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방치할 경우 성인이 된 후에도 같은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부모는 친구가 아니라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


가장 좋은 부모는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것을 느끼는지를 부모가 잘 알고 지내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마치 친구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는 것은 자칫 아이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자신만의 편이 되어주는 존재로 인식되어서이다.

부모와 아이가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야말로 이 시기에 꼭 쌓아야 하는 성과 같다. 이를 통해 아이와의 관계가 더욱 친밀하고 견고하게 완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영화를 같이 보러 가거나 여행을 같이 가는 등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관계 형성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영훈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장

그렇다면 아이와 부모의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일까? 김 교수가 제시하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와 선수의 관계와 같다. 부모는 아이에게 가르칠 것을 가르치고, 아이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도하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 부모는 아이에게 부족한 점을 수시로 확인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 또 아이가 극복하는 동안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훌륭한 선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스파링 파트너로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아이에게 더 높은 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할 때 그것을 알려줄 수도 있어야 하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꾸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비만, 스트레스, 게임중독은 사춘기의 적신호


비만은 사춘기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공부하는 일에 모든 일정이 맞춰진 요즘 10대는 먹는 열량만큼 움직일 시간이 없다. 때문에 자연스레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비만이 성호르몬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비만을 원인으로 한 성호르몬의 비정상적인 왕성한 분비는 성조숙증을 동반한다. 따라서 사춘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자라는 현상을 겪게 되어 아이의 스트레스를 더욱 높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도 성조숙증에 영향을 미친다. 성호르몬은 스트레스의 자극에 의해서도 분비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기도 한다.

비만, 성조숙증과 함께 사춘기에 주의해야 할 것이 게임중독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학습을 하는 방법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컴퓨터 게임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가 게임중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게임을 그만두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아이가 화를 내는 등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게임을 하는 행동도 게임중독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게임중독이 심각한 이유는 인터넷을 못하거나 게임을 못할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무척 불안해하고 또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특히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게임중독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춘기의 뇌는 보상을 찾아가는 뇌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재미있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게임 방식은 사춘기의 뇌를 쉽게 중독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로 하여금 강압적으로 게임을 그만두게 해서는 안 된다. 대신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만 게임을 하는 식으로 아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부모의 행동은 공부를 한 시간 하면 게임을 한 시간 해도 된다는 식의 약속이다. 머릿속이 온통 게임 생각으로 가득 찬 아이는 공부를 하는 동안에도 게임할 생각밖에 안 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렇듯 이중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조건을 거는 대신, 특정한 날에만 게임을 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나 전달법'으로 스스로 깨닫게 하라


게임을 못하게 하는 부모,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부모를 향해 사춘기의 아이는 화를 내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자신의 감정부터 다스려야 한다. 아이와 함께 화를 내게 되면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이 됐는데도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에게 '나 전달법'으로 말을 꺼내는 것이 좋다.

김 교수가 추천하는 '나 전달법'은 "엄마가 생각하기에 너는 지금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야. 그런데 너는 게임을 하고 있구나. 엄마는 네가 숙제를 못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라고 얘기하는 식이다. 이러한 나 전달법은 아이에게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넌 지금 숙제를 하지 않고 있어. 네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니?" 등의 화법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아이의 반발심을 부추길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컴퓨터를 거실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성인 프로그램 접속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염두에 두라고 권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아들과 대학생인 딸을 둔 그도 한때 집에서 컴퓨터를 없앤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할 때는 전산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무전문점에서 쓰게 하는 등 컴퓨터와 지속적인 거리를 두게 한 것도 효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사춘기 아이와 함께 '계약서'를 작성하라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가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게임을 오래 하고 또 아이돌 스타에 열광해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부모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아이돌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기 시작하면 놀랄 수밖에 없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강제로 막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아이의 반항심을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우선 부모는 아이의 돌발 행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사춘기 아이의 잘못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한 장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무척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평소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점, 아이가 부모에게 바라는 점 등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눈 뒤 종이에 부모와 아이가 나눈 이야기를 일종의 계약서처럼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만 하기로 한 게임을 평일에도 했을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거나, 숙제를 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해 숙제를 제대로 못한 경우에는 용돈의 몇 퍼센트를 줄인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방법은 아이 스스로가 부모와 함께 대화를 통해 약속한 부분이므로 지키려는 노력을 더 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유능한 성인으로 가는 디딤돌



사춘기의 아이를 둔 부모가 늘 아이에게 이야기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일, 물건을 훔치거나 폭언을 하는 일 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인식시키는 것이다.

자칫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는 사춘기 아이에게 부모가 직접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가 강해지는데, 최근 늘어나는 10대 성 범죄 등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설명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특정한 상황에서 부모나 가족에게 폭언을 일삼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녹음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후 아이가 내뱉은 폭언을 그대로 들려주는 것이다. 폭언을 일삼는 사춘기 아이들의 버릇을 고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처럼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사춘기를 잘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감정 변화가 잦은 아이의 사춘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통과의례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부모가 알아챌 수 있는 사춘기의 특징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말이 없어지고 신체발육이 두드러지면 부모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평소 아이의 상태를 눈여겨보며 변화에 대비하자.

-여자아이는 유방 발달과 초경 시작, 남자아이는 고환의 발달과 변성기 등 2차 성징이 보인다.
-얼굴, 헤어스타일, 화장법, 옷 등 외모에 관심이 많아졌다.
-자기 방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방문을 잠그고 있는 때가 많아졌다.
-친구와 밤늦도록 통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잦아졌다.
-기분이 좋았다가 금세 우울해하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하다.
-평소 부모와 자주 하던 스킨십을 거부한다.
-옷이나 신발 등 쇼핑을 해야 할 때 친구와 가겠다며 돈만 달라고 한다.
-부모나 선생님보다 친구의 말을 더 믿고 따른다.
-가족이나 친지 모임에 따라가지 않는다.
-학업 성적이 떨어진다.
-사소한 일에 벌컥 화를 내고 대든다.

◆아이 성장에 따른 이상적 부모의 모습
0~1세 보호자, 보육자
먹고 자고 입는 등 생명 유지와 세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환경을 제공하고 보살핀다.
1~3세 양육자아이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 사회성의 기초를 마련한다. 아직 미숙한 아이의 신변 처리를 돕고 신체, 인지, 정서 등의 고른 발달을 이끈다.
4~7세 훈육자아이가 사회생활과 대인관계 유지에 필요한 사회규범과 질서, 규칙을 익히도록 돕는다. 일상생활을 위한 신변 처리,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도 포함된다.
8~12세 격려자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용기와 지혜를 일깨워 주고 독립심을 길러준다. 아이의 자아 존중감, 도덕성 발달을 이끈다.
13~20세 상담자아이의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멘토 역할을 해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원상희, 박동민 ■도움말 / 김영훈(소아청소년·소아신경과 전문의·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병원장) ■참고 서적 /「빨라지는 사춘기」(김영훈, 시드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