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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싫다고 하는 아이 보셨어요?

그대로 그렇게 2011. 4. 29. 15:09

아쿠아리움 싫다고 하는 아이 보셨어요?

중앙일보 | 손민호 | 입력 2011.04.29 03:31 | 누가 봤을까? 30대 남성, 대전

 




[중앙일보 손민호] 현재 우리나라에는 3대 아쿠아리움이 있다. 서울 여의도 63시티의 '63씨월드', 서울 강남 코엑스의 '코엑스 아쿠아리움', 그리고 부산 해운대에 있는 '부산 아쿠아리움'이다. 이들 아쿠아리움이 각각 한 해 평균 100만 명 이상 불러모은다. 어지간한 테마파크보다 입장객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쿠아리움을 잘 모른다. 펭귄이나 물개·상어 따위가 사는 곳으로만 안다. 이들 3대 아쿠아리움을 week & 이 언론 최초로 비교·분석한다. 세 곳 모두 장단점이 뚜렷해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수족관이 아니다. 아쿠아리움(Aquarium)이다. 수중동물원이다.

글·사진=손민호 기자 < ploveso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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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족관의 원조 - 63씨월드

그러니까 63빌딩이었다. 한때 수도 서울을 대표하던 이 랜드마크는 엄청난 높이만큼 뭇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빌딩 안에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했고, 스크린에서 공룡이 뛰쳐나오는 듯한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족관이 있다고 했다. 수족관에 들어가면 물개가 공연을 펼치고 펭귄이 반갑다고 손짓을 한다고 했다.

63씨월드 뿔복

코엑스 아쿠아리움 해룡

부산 아쿠아리움 흰동가리

63씨월드가 자랑하는 공연 '물개 탐정 홈즈 쇼'

코엑스 아쿠아리움 해저터널

부산 아쿠아리움 상어 먹이 주기 쇼에서 가오리에게 먹이 주는 장면

국내 최초 도심형 수족관 '63씨월드'는 그렇게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다. 26년간 소위 '63빌딩'을 관람한 입장객 수는 얼추 8000만 명. 이 중에서 최소 2000만 명 이상이 63씨월드를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63씨월드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역사가 빚은 풍부한 경험과 운영 노하우다. 63씨월드가 자랑하는 물개 공연이나, 수중 발레 등 각종 공연 프로그램은 이 오랜 내공에서 비롯한다. 특히 사육사와 물개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물개 탐정 홈즈쇼'는, 스토리 라인마저 탄탄해 아마도 국내 수중생물 쇼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투명 통로를 뛰어다니는 수달에게 미꾸라지를 먹이는 체험행사 등 아이들이 동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고려한 프로그램이 단연 돋보인다. 3대 아쿠아리움 중에서 어린이 손님이 가장 많다.

 63씨월드는 현재 3대 아쿠아리움 중에서 가장 크기가 작다. 개장 당시엔 으리으리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세월의 무게를 탓할 수밖에 없다. 크기의 단점을 아기자기한 재미가 보충한다. '63빌딩' 안에 있는 다른 명소, 즉 전망대 미술관이나 밀랍인형 박물관 등과 연계해 일정을 짜면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 국내 최대 수중동물원 - 코엑스 아쿠아리움

2000년 5월 3일. 새 천년 첫 어린이날을 앞두고 63씨월드의 독점 시대가 무너졌다. 서울 강남에 초대형 아쿠아리움이 들어선 것이다. 이름하여 코엑스 아쿠아리움. 이로써 국내 아쿠아리움 시장은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일단 규모에서 63씨월드를 압도했다. 63씨월드보다 4배 가까이 큰 공간에 전시 생물도 2배 이상 많이 확보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또 국내 최초로 해저터널을 설치해 단박에 이목을 끌었다. 상어가 머리 위로 유유히 헤엄치는 순간, 관람객은 환호보다 비명을 먼저 질렀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63씨월드보다 체험이나 공연 프로그램이 약하다. 시설 규모나 전시생물 숫자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 동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강화가 요즘 동물원의 추세인 점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 대신 놓쳐서는 안 될 구경거리가 있다. '정어리 피딩 쇼'다. 아쿠아리스트가 수조 안에 들어가 10분 정도 정어리에게 먹이를 주는 게 전부이지만, 수천 마리 정어리 떼가 먹이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시시각각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무엇보다 예쁘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관람 동선이 치밀하게 짜여 있다. 조명이나 시설물 배치에서도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아쿠아리움보다 사진이 잘 나온다. 서울 강남 교통의 요지에 있다는 것도 코엑스의 또 다른 이점. 젊은 연인이나 직장인이 63씨월드보다 훨씬 많다. 올 2월 누적 입장객 1300만 명을 돌파했다.

# 해운대의 신흥 관광명소 - 부산 아쿠아리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자본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새로운 관광명소를 유치할 생각이었던 부산시청해운대구청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호주의 오세아니스 그룹이 부산에 상륙했다. 호주 기업이 건설한 해운대의 새 명소가 '부산 아쿠아리움'이다.

 2001년 개장한 부산 아쿠아리움은 명실공히 국내 3대 아쿠아리움이다. 우선 전체 규모가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얼추 비슷하다. 시설 넓이도 비슷하고, 수족관 수량이나 생물 숫자도 비슷하다. 반면에 공연 프로그램은, 63씨월드보다는 적어도 코엑스 아쿠아리움보다 다양하다. 상어 수조 안으로 다이버가 들어가 직접 먹이를 주는 '상어 피딩쇼'나, 7m 높이의 대형 산호수조 앞에서 진행하는 마술쇼는 기꺼이 구경할 만하다.

 체험 프로그램도 알찬 편이다. 부산 아쿠아리움은 지난 2월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됐는데, 아쿠아리움에 있는 보전대상 생물 10개를 찾아 확인도장을 찍어오는 프로그램을 현장체험 학습활동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어 수조 안으로 들어가는 다이빙이나, 상어 수조 위로 배를 띄우는 관람선도 다른 아쿠아리움에 없는 체험활동이다.

 부산 아쿠아리움은 이제 해운대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해운대 관광에 나선 전국의 관광버스가 아쿠아리움도 방문한다. 하여 어르신 단체 관람객이 많다는 게 의외의 특징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현장 직원의 근무자세다. 그들은 시종 친절했고, 늘 먼저 인사를 했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 사진 찍는 데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