いりょう

7000만달러의 사나이

그대로 그렇게 2011. 6. 22. 15:02

[만물상] 7000만달러의 사나이

입력 : 2011.06.21 23:33 / 수정 : 2011.06.22 05:49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68세 스피벡은 6년 전 모형비행기 프로펠러에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끝마디가 1㎝쯤 잘렸다. 떨어져 나간 부분이 어디론가 없어져서 의사는 피부이식을 권했다. 스피벡은 하버드대 외과의사 출신인 동생을 찾아갔다. 동생은 돼지 방광 추출물로 경주마들의 다친 인대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는 형의 상처에 돼지 방광 분말을 이틀에 한 번씩 뿌렸다. 4주 뒤 손가락은 원래 길이를 되찾았고 넉 달 뒤 손톱·힘줄·지문까지 살아났다.

▶이 소식이 미 국방부에 들어갔다. 손가락이 잘린 군인 10명이 텍사스주 군병원에서 돼지 방광 파우더로 주(週) 세 차례씩 치료를 받았다. 부작용도 있었지만 몇몇은 2.5㎝까지 손가락이 자랐다. 언론은 "해리 포터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도롱뇽 재생 조직을 연구하던 미 국방부는 연구 대상에 돼지 방광을 추가했다.

독일에서는 화상 환자의 줄기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 피츠버그대에선 심장 환자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관상동맥을 되살려냈다. 웨이크포리스트대는 양(羊)의 세포로 근육과 장기조직을 18가지나 만들고는 "우리는 메디컬 팩토리(의학 공장)"라고 했다. 이를 상업화한 텐전사(社)는 "80년대 반도체처럼 이제 재생산업이 일어난다"고 장담했다.

▶미 해군 상병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박격포탄을 맞아 오른쪽 다리 근육의 70%를 잃었다. 의료진은 재활훈련을 시킨 다음, 줄기세포와 돼지 방광 추출물로 세포 밖 공간을 채우는 고분자복합체 '세포외 기질'(ECM)을 만들어 몇 주 전 주입했다. 이 병사가 정상적으로 다리에 힘을 줄 수 있게 됐다는 보도가 그제 나왔다. 특히 골격 근육이 재생된 점에 의료진이 흥분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연구비 7000만달러를 쏟아부은 결과였다.

▶돼지 방광 추출물은 포유류에게 가장 풍부한 단백질인 콜라겐, 그리고 미세 조직을 형성하는 물질들을 다양하게 갖고 있다. 이 추출물은 환자의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화학적 신호도 내보낸다. 재생의학 전문의 배딜랙 박사는 "우리는 퍼즐 조각을 모아놓을 뿐 나머지 일은 신께서 하신다"고 말했다. 수백만 상이용사를 포함해 지체를 잃은 장애인들에겐 복음이다. 그러나 아직은 비용이 엄청나다. 의료공학자들은 "재생의학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