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

"입양인 친구가 자살한 뒤 제 삶이 바뀌었죠"

그대로 그렇게 2011. 4. 19. 18:13

"입양인 친구가 자살한 뒤 제 삶이 바뀌었죠"

머니투데이 | 성세희 기자 | 입력 2011.04.19 17:34

 




[머니투데이 성세희기자][첫 해외입양 국적회복자 김대원씨]





다섯 살이란 어린 나이에 스위스로 입양된 김대원씨(44)는 19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해 진짜 '한국인'이 됐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새 국적법에 따라 복수국적이 인정된 것. 그는 현재 해외입양인연대를 이끌며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입양인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에서 스위스로 입양된 뒤 적응하지 못한 친구가 3명이나 자살했어요. 그 이후 저 같은 입양인을 도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씨의 스위스 생활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인종차별의 벽과 함께 양부모의 경제적 어려움에 부딪혀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현재 스위스에서는 입양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입양아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며 "내 양부모도 입양아를 스위스 사람이랑 똑같이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진학 역시 양부모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취업후 학비를 마련한 뒤 취리히 대학에 입학, 5개국어에 능통한 인재로 성장했다.

하지만 '뿌리'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느라 도서관에서 한국과 관련된 책은 모조리 읽었다고 했다.

"낳아준 어머니를 만났을 때 통역 없이 대화하고 싶어 10살 무렵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한국에서 사다 준 교재로 공부했죠."

김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1994년 그는 어머니를 22년 만에 만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 학기 동안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2002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한국으로 돌아왔고, 최근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김씨는 "현재 한국에서 스위스로 입양된 사람은 모두 1111명"이라며 "앞으로 스위스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입양된 한국인도 '뿌리'를 찾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 과천정부청사 5동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김씨 등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해외 입양인 13명을 초청해 축하 행사를 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새 국적법이 시행됨에 따라 해외 입양인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