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도쿠가와 이에야스 15권 267 페이지 부터...

그대로 그렇게 2010. 1. 2. 14:48

(그냥 어제 읽으며 감동 받은 대목이라 잊지 않으려 올려본다.)

 

차야는 이에야스가 사쿠자에몬을 만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별로 제지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돌아가겠다는 말이지"

이렇게 말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느긋한 표정으로, 사쿠자에몬의 뒤를 향해 내던지듯 한마디 했다.

"괜히 젊은이 같은 혈기를 보이려고 무리를 하면 못써."

밥상이 나오는데도 돌아가겠다고 일어선 쪽도 버릇없는 일이었으나 그것을 말리지 않는 이에야스도 정상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했을 때 사쿠자에몬은 또다시 싸늘한 대사를 내뱉고 사려져갔다.

" 아,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빨리 조치나 취해주십시오. "

차야는 깜짝 놀라 다시 이에야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노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그때 이미 히코자에몬을 돌아보며 웃고 있었다.

"헤이스케, 나이가 들면 자네도 저 늙은이처럼 될 것 같아. 조심하도록 하게."

"이거 정말 반가운 말씀을 하시는 군요. 황송합니다. "

"뭐. 반가운 말이라고?"

"예. 이 히코자에몬은 하다못해 저 노인 정도는 되어야 겠다고 주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 들었나. 차야?"

"예."

" 어째서 이렇게 심술 궂은 자들이 우리 가문에 대대로 등장하는지 모르겠네. 간파쿠가 알면 그 무례함에 깜짝 놀랄 것일세. 주군과 가신 사이에 질서가 너무 없어."

차야 시로지로는 대답 대신 공손히 밥상 앞에서 합장했다.

여전히 보리밥이었다. 그릇 밑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의 된장국과 야채절임 외에 소금이 잔뜩 뿌려진 마른 정어리가 한 마리 곁들여 있을 뿐이었다.

"때가 지나 시장할 것일세, 사양하지 말고 어서 들게."

"황송합니다. 그럼 먹겠습니다."

차야 시로지로는 문득 사카이 상인들의 밥상을 떠올렸다. 남에게 식사를 대접할 때는 아무리 소찬이라고 해도 생선회와 야채 볶음 정도는 딸려 나오게 마련이었다.

' 이제 다이나곤이 될텐데도 아직 이런 식사를 하시는구나...'

차야 시로지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히코자에몬은 그렇다 하더라도 마흔여섯살인 이에야스도 정말로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젓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엄격한 禪院의 생활과도 비견될 수 있는 것...'

차야가 알고 있는 한 상인 중에서 이처럼 검소한 생활로 일관하면서도 활기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들 수 있다면 혼아미 코지와 코에츠 부자정도였다.

코에츠의 어머니 묘슈는 독실한 니치렌日蓮신도였다. 묘슈는 남에게 진귀한 견직물 같은 것을 선물로 받으면, 여러 조각으로 잘라 보자기를 만들어 자기 집에 출입하는 가난한 기술자의 아내들에게 나눠주고 자기는 하나도 갖지 않았다.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닌가...'

세상에는 묘슈에 대해 이런 소문까지 나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소문에는 개의치 않고 그 자신은 항상 무명옷만을 입었다.

이에야스에게도 어딘가 이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극단적으로 소비를 삼가면서 언제나 비상시에 대비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세상일뿐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밝은 표정은... 하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이에야스가 먼저 말을 걸었다.

 

" 차야, 인간은 잠시도 방심하면 안되네."

이에야스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워 차야 시로지로는 젓가락을 든 채 대답부터 했다.

"예?'

그리고는 이에야스를 쳐다보았다.

"때때로 나도 맛있는 것을 먹고 싶네."

"그때마다 나는 반성하곤 하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 때는 내가 몹시 피곤한 경우일세."

"당연합니다."

"인간은 피로해져서는 안 돼."

"물론 연세가 드시면 자양의 섭취가...."

"차야, 착각하지 말게."

"예?"

"내가 피곤하다고 한 것은 육체의 피로가 아니야."

"아. 예..."

"정신의 피로를 말한 것일세.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해야 할 일, 곧 목적이 애매해졌을 때라는 말일세."

"아, 그 말씀이시군요."

"그래, 육체는 말이지.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고 몸을 아끼고 편히 쉰다고 해도 백살도 살지 못해. 시들 때가 되면 반드시 시드는 것이야. 그러나 정신만은 죽을 때까지 시들지 않게 할 수 있어."

차야는 저도 모르게 가만히 젓가락을 놓고 자세를 바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였다. 선원에서 뛰어난 스승 앞에 앉아 있는 듯한 심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긴장할 것 없어. 식사를 계속하면서 듣게."

"예.... 예"

" 나는 남의 힘이 고맙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또 고마워하고 있네. 그러나 자기 힘의 효력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내 밥상에 맛있는 것이 놓여 있지 않으면 이에야스는 아직 자신만만하여 정신의 피로를 모르고 목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주게."

"반, 반가운 일입니다."

"잘 대접하지 못하는 핑계로 이런 말을 하게 되는군, 차야."

" 산해진미보다도 더 고마우신 말씀, 마음의 양식으로 삼겠습니다."

" 나 역시도 맛있는 것은 맛이 있게 마련일세."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

" 가난한 백성들이 있는 한 그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사치는 삼가야 한다고 생각해. 백성들도 나도 모두 똑같이 신불의 사랑하는 자식일세."

"옳은 말씀이십니다."

"조금이라도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면 그것이 항상 마음의 부담이 되어 크게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일세. 어떤가. 이 정도의 밥상이라면 아직 괜찮은 편이 아닐까?"

차야 시로지로는 비로소 이에야스가 지금 자신의 노고를 치하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야스의 무심은 이 얼마나 엄격한 자기 반성 위에 선 무심이란 말인가. 히코자에몬이 아까 무심은 유심, 유심은 무심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단순히 보통의 무심이 아니었다.

차야는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 뜨거워진 눈동자 속에 이에야스와는 대조적인 히데요시의 화려한 생활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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