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

[스크랩] 기부중독에 걸린 사람들....................

그대로 그렇게 2009. 9. 19. 12:48
사회
사람들

[Why] [Whypedia!] 그가 '기부中毒'에 걸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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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9 03:06 / 수정 : 2009.09.19 12:19

청송교도소 수감자 A씨 100만원, B 여성 자활공동체 100만원, C씨 수술비 2000만원, D씨 장사 종자돈 4300만원, 그리고 매월 일정액의 기부보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시니어컨설턴트 고영(高暎·33)의 기부 리스트다.

그는 연봉(年俸)의 80%를 남에게 준다. 기부를 위해 은행 마이너스 대출까지 이용할 정도다. 그는 얼마나 낼까? 연봉을 사외(社外)에 공개할 수 없어 밝힐 순 없지만 연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영씨는 단지 돈이 아닌 자신의 재능까지 기부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서로 나누며 사는 ‘기부생태계(生態系)’를 이뤘으면 하고 바란다. / 손민석 객원기자 kodef@chosun.com
그는 왜 하필 '기부중독(中毒)'에 걸렸을까. 연원을 알려면 그가 고려대 정외과 2학년 때 일어난 IMF 사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건축업을 하던 그의 아버지는 부도를 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어머니가 입대를 권유했다.

하루 14시간 공부하며 사시(司試)에 도전하던 그였다. 친구 집을 전전하며 몇 달을 버텼지만 꿈을 접어야 했다. 논산훈련소에서 좌절로 생긴 간 질환과 고혈압으로 3주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때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옆 침대의 이등병이 패혈증을 앓았어요. 매일 피를 토하면서도 그는 주위 환자들을 위로하더군요. 키가 1m80㎝였는데 몸무게는 40㎏도 안 되면서…. 그를 보면서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전역 후 복학한 후 종로구 내수동 교회 숙소에서 살게 됐다. 14평(46㎡)에 9명이 옹기종기 모여 아침이면 화장실 전쟁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곳에 살며 그는 과외, 전단지 돌리기, 유리창 닦기를 닥치는대로 했다.

"그때도 여러분이 도와줬어요. 대학원 진학 때는 선배들이 100만원씩 지원해줬어요. 학교 앞에서 햄버거 파는 영철형(이영철 영철버거 사장)은 한 학기 학비를 대줬습니다." 그는 나중에 컨설턴트가 된 뒤 그 형에게 보답했다고 한다.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면서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되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에게 섬기는 리더십을 가르쳐준 한국리더십 학교에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을 기부했다.

백혈병을 앓는 아버지 수술비 2000만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후배에게 선뜻 그 돈을 내줬다. 2007년 연해주 고려인 돕기 사업을 하던 업체에 무료 컨설팅을 해주다 투자가가 나서지 않자 자기 돈 4300만원을 기부했다.

2007년에는 유산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던 유니세프에 자신 원룸 전세 계약금 1500만원을 기부했다. 유니세프 유산기증운동 1호였다. 그것도 모자라 주말이면 봉사활동을 이어간다.

비영리재단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매주 일요일 무료컨설팅 교육을 했다. 지금은 마포구 내 사회적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한다. 그는 회사의 전문가 재능 기부 활동인 '프로보노(ProBono)'에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는 고씨의 기부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 주말이면 하루 종일 봉사활동하는 것도 말하지 않고 있다. 그의 신념은 확실했다. "돈이든 능력이든 기부하면 빈부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배우는 것도 많고요."

그의 한 달 용돈은 60만원. 교통비, 식비, 휴대폰 비용이 전부다. 그의 양복과 구두는 낡은 것이었다. 그는 연말에 결혼할 예정이다. '혹시?' 하는 생각을 눈치챈 듯 그가 말했다. "아무 변화가 없을 겁니다."

그의 목표는 다른 기부자들과 힘을 합해 '기부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공동체가 늘면 '기부생태계(生態系)'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세상은 나누는 만큼 변합니다. 기부는 순환이에요. 돌고 돌아 희망과 웃음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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