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합시다

자폐아와 15년간 쌓은 '산행 우정'

그대로 그렇게 2009. 5. 15. 12:00

자폐아와 15년간 쌓은 '산행 우정'

연합뉴스 | 입력 2009.05.15 08:32 | 수정 2009.05.15 08:33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용산高 동문 주축 `밀알천사 산악대'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과 15년째 주말 산행을 하며 인생의 벗이 돼 주는 사람들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금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용산고 23회 졸업생 4명이 자폐아와의 첫 산행을 시작한 것은 1994년 7월로, 자폐증세를 가진 동창 남기철(57)씨의 아들 범선(28)씨의 사회적응을 돕자고 뜻을 모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이때부터 매주 토요일 극도로 산만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던 범선(당시 14세)씨의 손을 잡고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산행 초기 일부 등산객들로부터 "왜 이런 애를 산에 데리고 오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산행을 계속했다.

범선씨가 어느 정도 산행에 적응해 가던 2000년 발달 장애아 학교인 '밀알학교' 학생들이 이들의 산행에 합류했고, 이 소문을 들은 다른 동창들이 함께 산행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규모가 커졌다.

지금은 용산고 23~27회 동문 20여 명이 중심이 된 '밀알천사 산악대'가 정식 발족해 발달장애아 30여 명과 함께 우정어린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의 바이러스'가 퍼지듯 산행을 함께하지 못하는 다른 동문도 음악회를 열어 이들을 격려하는 등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10년 넘게 이어온 사랑과 노력이 특효약이 된 것일까.
범선씨는 요즘 청계천을 혼자 산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색소폰 소리를 들려줄 정도로 자폐증세가 호전됐다.

산악대원인 조남석(56)씨는 "작은 사랑을 모아 여기까지 온 것처럼 앞으로도 힘이 다하는 날까지 많은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우정을 나누는 벗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