いりょう

가족끼리 “질병도 닮는다”

그대로 그렇게 2009. 6. 16. 15:27

가족끼리 “질병도 닮는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6.16 10:11 | 수정 2009.06.16 10:19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 영락없는 어머니 젊은 시절의 딸… 하다못해 '발가락'이라도 닮는 그들은 그래서 '가족'이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외모뿐 아니라 체질이나 심지어 걸리는 질병마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운은 신장 175cm에 체중 90kg으로 20대의 나이에도 비만, 고혈압과 당뇨가 상당히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모뿐 아니라 체질마저도 아버지를 꼭 빼닮은 것이다.

이처럼 유전은 아니지만 특정 가족에게만 잘 나타나는 취약한 질환이 있다. 질병에도 일종의 가계도가 있는 셈이다. 특히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소위 '생활습관병'으로 알려진 성인병 대부분이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의 도움말로 가족력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직계 3대 중에서 2명 이상 걸리면 가족력 질환

가족 내에서 특정 질병이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경우 '가족력 질환'이 있다고 한다.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이 같은 질병에 걸리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가족력 질환은 유전성 질환과는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이상 유전자가 대물림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다운증후군, 혈우병, 색맹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가족력 질환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 직업이나 생활습관, 주거환경이 비슷할 때 더 잘 발현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인 셈이다.

예를 들어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당뇨의 경우 부모 중 한쪽이 질환자면 자녀는 당뇨병 발병 확률이 15~20%에 이른다. 부모 모두가 당뇨를 앓고 있으면 확률은 30~40%까지 높아진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고혈압일 경우 자녀의 발병확률은 30%, 양 부모가 모두 질환자면 50%다. 이밖에 어머니가 골다공증인 경우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은 일반인의 2~4배로 높아진다.

부모 고혈압이면 자녀 고혈압 확률 50%


특히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인 비만은 유전자 공유 외에도 가족끼리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비슷해 더욱 발병위험이 높아진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인 경우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다. 이들은 유전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의 저장 정도를 인식하는 뇌의 기능이 둔감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흡연이나 운동부족, 식습관마저도 공유하면서 대물림되는 이유가 크다.

암 역시 가족력에 큰 영향을 받는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1명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가 되고, 2명이면 4~6배로 높아진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 가족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 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진다. 또 전체 위암 발생 건수 중 10%는 가족력이 있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식생활 등 생활습관 고치면 위험 줄어


특정 질병의 가족력이 있다면 남보다 부지런히 식생활 개선과 운동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과식, 과음, 짜게 먹는 습관이 가족 전체에게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을 고쳐 혈압을 낮춰야 한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지만 엄격한 식사요법과 꾸준한 운동, 체중 감량으로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골다공증 가족력이 있다면 신체 활동을 늘리고, 인스턴트식품은 줄이고 칼슘 섭취를 늘리는 식으로 식생활을 개선한다.

만약 직계가족 중 암 환자가 있으면 4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유방촬영술, 위내시경 등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중에서 40세 이전에 성인병이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으면 일찍부터 정기 검진을 시작한다. 질환이 부모 대에는 나타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부모 대까지의 가족력을 미리 확인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없앨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송혜령 교수는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그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발병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부모가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절제하는 식생활 등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가지면 자녀가 가족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