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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평씨, "박연차 15억 고심했는데...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

그대로 그렇게 2009. 5. 27. 17:46

노건평씨, "박연차 15억 고심했는데...결국 이렇게 될 줄이야"

노컷뉴스 | 입력 2009.05.27 13:21 | 수정 2009.05.27 14:12

 




[봉하=CBS특별취재팀 김혜경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저 건축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민을 해왔으며, 이 비용을 갚기 위해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빌리면서 끝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노건평 씨와 C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봉하마을에는 어김없이 전국 각지에서 몰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침부터 뙤약볕이 머리에 꽂히지만, 조문객들은 그늘을 찾아 피하지 않고, 묵묵히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북적이는 조문 행렬 뒷편에 위치한 노건평씨 집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가끔 손녀, 손자들의 웃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검정 상복을 입은 건평씨는 한눈에 봐도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건평씨는 기자와 단독으로 30분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의 회한과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 '내가 옆에 있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것" 아쉬움 토로 전국 추모 열기...정치적 계산없이 고인을 애도하며 무사히 마치길

먼저 노 씨는 "국민들께서 전직 대통령에 대해 추모를 보내주시고,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노씨는 "바라는 것은 딱 한가지, 행사가 정치적인 요구를 모두 버리고, 순수하게 추모행사가 되는 것이다.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만 있도록, 다른 정치적인 불만과 평소때 느낀 감정은 그자리에서 표출하지 말고 아무탈 없이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평씨는 동생의 서거에 대해 "서로 많이 힘들었지만, (동생이) 너무 성급했다. 그래서 안타깝고 원통하다."면서 "내가 재판이 잘 돼서 집행유예로 나왔다면,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마주보니깐 이런일은 없었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노 전 대통령 "형님, 괜찮을까? 괜찮을까?" 박연차 '15억'...고심하며 순수하게 빌린 것

또,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 부터 빌린 15억에 대해 많이 주저하고, 고심했고, 이후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 씨는 "지난해 12월쯤 사저 짓는 문제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받으러 오고 많이 힘든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박연차씨에게 15억을 빌렸는데, 그 때 노 전 대통령이 나에게 "형님, 괜찮을까? 진짜 괜찮을까?" 수차례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차용증 쓰고 이자 꼬박 꼬박 갚으면 괜찮다. 걱정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인끼리 정식으로 돈 빌린 것이니 괜찮다고 빌렸는데, 결국 바로 검찰 조사가 들어가고 (언론)보도가 '비리'로 나가니깐 엄청 후회하고 마음아파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후 전방위로 펼쳐진 검찰 수사에 대해 지인들이 피해를 보게 되자, 노 전 대통령 성격상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건평씨는 "검찰이 사위(연철호) 부모 계좌추적까지 하고, 전화도 몇 통씩 넣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계속 검찰 수사 이야기가 나오니깐, 그때부터 말문을 닫고 고심했다"고 전했다.

또, "조문오신 손님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자주 가던 청와대 인근 식당 주인도 세금 10억원을 추징당했다고 하더라"면서 "누구에게, 어디까지 수사를 한 건지, 이 사람( 노 전 대통령)이랑 아예 협조하지 말라고 끊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강금원씨는 이유없이 노무현과 서로 믿고 좋아하는 사람"

노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이후 '농촌사랑'에 힘을 쏟은 사실도 전했다.

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 재임시에는 뭐를 구상하다가도 빛을 못보고 외면하지만, 이제서야 사람들이 알아주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제 사람이 죽고 없는데 어떡하겠냐"고 원통해했다.

그는 "대표적인것이 농촌사랑이었는데, 동네 농민들이랑 어울리면서 유기농 재배, 오리 재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강금원씨가 "성공을 떠나서 무조건 힘껏 도와주겠다'고 했다"면서 "강금원씨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이지만, 노 전 대통령과는 막역한 사이고, 모든 사정을 다 떠나서 서로 믿고 의지했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자기가 원하는 것"이라며 선뜻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자리, 원래 힘든것" 노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격려
또, 현직 대통령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했다고 전했다.

건평씨는 "주위사람들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싫은 소리를 하면 그때마다 동생(노 전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아줬는데 믿고 힘을 실어 줘야 한다'면서 '그 자리가 원래 다 힘들다'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꼬리를 물자, 현 정권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건평씨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너무 애통할 뿐이라고 아쉬워했고, 연신 눈가가 촉촉해졌다.

건평씨는 "국민들이 알아주시고, 이렇게 많이 찾아주시니, 뭐라고 감사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동생도 감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을 끝맺었다.
hkk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