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자(賢者)가 되고 싶던 다산

그대로 그렇게 2008. 8. 8. 11:51

현자(賢者)가 되고 싶던 다산


꿈이 크고 이상이 높아 현실에 매몰된 정치인들에게서 크게 환영받지 못해 언제나 정치를 그만두고 학문하는 일로 돌아가기를 바랐던 율곡(栗谷) 이이(李珥)선생은 누가 뭐라 해도 당대 최고의 식견을 지닌 정치가였습니다. 오죽했으면 당파도 다른 성호 이익까지도 율곡의 식견에 극찬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겠습니까.

“근세의 이율곡 같은 분은 ‘경장(更張)’해야 한다고 많은 주장을 폈건만 주도세력들은 옳다고 여기지를 않았다. 지금 살펴보니 명쾌하고 절실한 주장이어서 열에 여덟아홉은 실행할 수 있던 것이었다. 대체로 조선건국 이래로 이율곡은 힘써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가장 잘 알았던 분이다.”(如近世李栗谷多言更張 當時議者不 也 以今考之 明快切實 八九可行 蓋國朝以來識務之最 : 星湖全集 論更張)

이러한 율곡은, “안연(顔淵)이 말하기를, ‘순(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려는 노력만 있으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나도 또한 마땅히 안연이 순임금 되고 싶어했던 것으로 모범을 삼겠다”(我亦當以 之希舜爲法 : 격몽요결)라고 하여 중국 고대의 성인으로 요(堯)와 병칭하던 순(舜)임금 같은 성인이 되기를 희망했던 것입니다. 대단한 이상가였습니다.

율곡 이후 반계 유형원이나 성호 이익이 또한 큰 식무가(識務家)였으며, 그들의 사상을 이어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은 그들에 버금가던 식무가였습니다. 다산은 율곡의 ‘희순(希舜)’을 본받아 ‘희현(希賢)’의 길이 있음을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 범인(凡人)이나 중인(衆人)에 그치지 않고 『소학(小學)』의 요구대로 실생활에서 실천하고 『심경(心經)』이란 책의 요구대로 마음을 통제하고 다스리면 분명히 현인, 즉 현자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희현유로(希賢有路 :『심경밀험』)”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현자가 되는 길이 있다고 믿었던 다산이나 성인이 되는 길도 있다는 율곡의 뜻은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며 행실과 심성의 단련으로 큰 업적을 이룬 율곡이나 다산은, 그래서 유현(儒賢)으로 대접받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믿어집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