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역시...

그대로 그렇게 2022. 5. 30. 17:04

내 예감이 맞았다. 

 

88세 단골 할머니 한분이 계신데, 

너무 마음이 인자하셔서 참 좋아했었다. 

한의원에 와서 내 앞에서만 잘하는 분이 아니라, 정말 두루두루 사람들한테 다 잘해주고 챙겨주시는 그런 분이다. 

폐암 검사 받기 싫다 하셔서 받지 마라 말씀드리고, 

큰 따님과 함께 이런 저런 의논을 하면서 할머니를 살펴드렸는데, 

자꾸 안 좋은 일이 겹치는 것이다. 

한달전 목 옆쪽에 혹이 생겨서 림프전이 인가 싶어 양방 가시라 보냈더니, 

항생제 드시면서 소화기관이 망가졌다. 

밥을 못 드시니까 기운이 없어져서, 집에서 반신욕 하시다 엉덩이 화상을 입으셨다. 

병원에서 화상치료를 잘 해줘서 거의 다 나은 상태인데, 

못 걸으셨다. 

걷는 연습해야 된다...안 걸으시면 다리에 힘빠지고 폐렴 온다... 말씀드렸더니, 

이후로 둘째 따님 부축 받으며 조금씩 걸으면서 외출도 하심. 

그러다가 지난주 친한 떡집에 들러서 떡을 한개 드시고 난 이후 구토를 시작함. 

구토가 끝난 후 설사를 시작함. 

어제 오후에 큰 따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내일 설사 멈추는 한약을 한두첩 지어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문자가 왔는데, 

현재 호흡이 안 좋고, 열이 나면서, 인지능력도 저하되었다고 했다. 

전화해서 당장 응급실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워낙 연세가 높으시니까 119에서 모셔가면서도 연명치료 할거나 어쩔거냐... 물어보길래 안한다고 했더니, 

근처 병원들은 다 거부하고, 

멀리 있는 병원 한군데서만 오케이해서 그곳으로 가셨다. 

큰따님이 전화해서 계속 알려주었다. 

그러더니 오후 2시 21분 전화가 왔다. 

돌아가셨다고... 

산소포화도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결국 병원 응급실에서 운명하셨다고 했다. 

 

우울한 마음을 뒤로 하고 내원 환자 보고 있는데, 

 

단골환자 한분이 물리치료 받으려 엎드려 계시다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다.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침 빼다 황급히 달려가니 앉아서 자기 가슴을 치면서 끅끅 거리며 숨을 못 쉬고 있길래, 

물리치료 기계 다 팽개치고, 등 두드려 주고, 똑바로 눕힌 다음 극천혈을 강하게 눌러줬더니, 

정상호흡으로 돌아왔다. 

혈압을 재보니 96에 65.. 맥박 62. 

점심을 안 드셨다고 했다. 

이후 정상적으로 침 다 맞으시고 나오셨길래 

좀전에 내가 먹으려고 원장실 냉장고에 꿍쳐 둔 공진단 한 알을 드렸다. 

청심환이냐고 좋아하시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세끼 밥 잘 챙겨드시고, 무리하지 마세요."

라고 말씀드렸다. 

 

휴.. 

피곤해서 낮잠 20분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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