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밤새 비가 내렸다.

그대로 그렇게 2011. 7. 27. 15:57

저녁때 잠이 잘 안온다고 설치는 큰애 땜에 늦게 잠이 들었더니...

잠이 깊이 안 들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비도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1층이고 큰 창문이 있어서 비오는 소리가 잘 들린다.

 

평소처럼 아침 6시에 일어났더니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는 듯 했다.

계속 천둥번개를 쳐가며 비가 왔다.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 7시경에 MBC뉴스를 틀었더니 춘천에서 팬션이 산사태로 무너졌다는 방송이 나왔다.

얼른 밥을 차려 먹고 설겆이 하고 아이들 옷 입히고... 등등을 하면서 밖을 내다보니 여전히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오늘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까... 차를 끌고 갈까...그냥 버스를 타고 갈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밖을 잠깐 나와봤다.

지하주차장에 내 차한테 가볼까 슬쩍 보는데... 갑자기 정전이 됬다.

그걸 보고 놀라서 집도 정전이 되는 것 아닐까 걱정되어 다시 집안으로 들어왔다.

 

집은 정전이 되지 않았다.

모든 걸 준비하고 이제는 출근해야지... 하면서 평소보다 늦게 8시 40분 정도에 밖으로 나왔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하주차장에 물이 많이 들어차서 빨리 차를 빼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놀라서 지하를 보니... 허걱... 엄청나게 물이 들어 차 있고, 차들이 속속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아이들 물품을 대충 챙겼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오지 말라고 하고... 나 혼자서 차키를 들고 내려갔다.

무릎까지 물이 찼다...

차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고 몇대 안 남았다.

벤츠도 있었다. 그 차주는 얼마전 비엠더블유에서 벤츠로 바꾼지 얼마 안 되었는데...

 

속으로 부처님... 을 읖조리며 걸어가서 차문을 열었다.

물이 차 속으로 훅 밀려들어갔다. 아니면 원래 물이 차 있었는지도 모른다.

앉아서 차를 후진으로 빼는데...

뒤에 그랜저 차주아저씨가 멈추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 차는 시동이 안 걸려서 아저씨가 손으로 밀고 있었다.

나는 차를 돌려 나가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자신의 차가 있으니까 후진으로 차를 밖으로 빼라고 했다.

내가 운전하면서 젤로 싫어하는게... 경사진 길 올라가는 건데...

것두 후진으로 경사진 곳을 올라가라니...;;;

맘을 굳게 먹고 후진으로 뺐지만...다 나올 즈음에 벽에 차를 긁고 말았다.

도저히 제대로 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랜저 아저씨한테 내 차 좀 빼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태우고 달리는데... 평소 가던 길로 조금 가고 있었는데, 너무나 차가 밀리는 것이었다.

어떤 아줌마가 아이들을 델고 차들 사이를 비집고 걸어오시면서 나를 보더니... "차 이쪽으로 못가요.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겼어요."

그래서 좁은 2차선에서 차를 360도 돌려서 빠져나왔다.

내 차가 작아서 이런 일이 가능했다.

다른 차들은 알아도 그냥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큰길(교회쪽)로 나가려고 보니깐... 와... 그 장엄함이란...

그 큰 6차선 도로에 흙탕물이 괴괴히 흐르고 있고, 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동사무소 아줌마가 내 앞차에게... 이쪽으로 못간다... 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나도 좁은 일방통행 골목길을 역주행해서 빠져 나왔다.

그렇게 큰 길로 나왔으나... 차가 너무나 밀려서 그냥 서 있는 일이 많았다.

 

너무나 놀랍고... 이런 일을 처음 겪어본지라... 심장이 떨리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맘을 가다듬고... 모르는 좁은 골목길들을 지나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 입구쪽으로 갔다.

선바위역쪽에서 가려고 했더니 어떤 아저씨들이 자기 허리춤에 손을 대가며...

"물이 이렇게 차 있어서 못 간다..." 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유턴해서 과천의왕간 도로를 탔다.

다행히 뻥 뚫려서 목적지까지는 막히지 않고 무사히 도착을 했다.

세시간 넘게 도로에 있었다.

오는 도중에 나까무라상, 엄마한테 무쟈게 걱정섞인 전화 받고...

방과후학교, 유치원, 학원 등등에서 오늘 오지 말라는 문자메세지 등을 연거푸 받았다.  

 

이제 해가 뜬다.

기상청의 예보가 틀리더라도 이제부터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안전하다고 믿었던 우리나라였는데...

일본 원전사태 등 나와 연관 안 지을 수 없는 일련의 사태들을 겪고 보니...

재난시 대피요령이라던가... 이런 걸 숙지하는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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