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상위 0.1%' 공부천재에 공부법 물어보니

그대로 그렇게 2008. 12. 5. 10:42

'상위 0.1%' 공부천재에 공부법 물어보니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8.12.05 02:29 | 최종수정 2008.12.05 10:13

10대 여성, 대전지역 인기기사 자세히보기


대일외고 이창준군 "성실ㆍ효율만 지키면 어려운 공부도 유쾌하게"
대일외고 이창준 군은 시쳇말로 잠잘 거 다 자고 놀 거 다 논다. 이를테면 하루에 7시간이나 잠을 잔다. 영어소설 읽기가 취미인데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공부에 전력투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2 등을 놓친 적이 없다. 대일외고 동양어과에 1등으로 입학했고 최근 전국 연합모의고사 성적도 상위0.1%를 넘어섰다. 도대체 어떤 특별한 비결이 있길래 이런 성취가 가능한 것일까? 이군이 말하는 비결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과연 어떤 것인지 들어보자.

교과서 지식에 날개를 달아주는 책 읽기

이 군은 독서광이다. 6살 무렵 처음으로 만화책을 접하고는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엄마 양정순(43) 씨가 근무하는 학교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책을 빌어다 보았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엄마가 빌려 오는 책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북클럽'에 가입해 일주일에 다섯 권씩을 더 읽었다. 판타지 소설, 역사, 문학, 경제 관련 서적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았고 영어로 된 동화책이라든가 신문 등 활자로 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독서 마니아의 모습이다.

엄마 양씨가 들려주는 중학생 시절의 일화에서도 이 군이 책읽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실감할 수 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 시험을 열흘 앞두고 이 군이 손에 잡은 것은 10권짜리 대하소설이었다. 매일 하루에 한 권을 읽어 나가더니 시험 전날까지 모두 다 읽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내신 성적에서 비중이 높은 시험인 까닭에 더욱 애가 탈 수밖에 없었던 것.

양씨는 전교 1등이라는 시험 결과를 접하고서야 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군은 지금도 시험공부를 하는 틈틈이 소설을 읽으며 머리를 식힌다고 한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이 군의 책상 위에는 소설책 몇 권이 참고서와 교과서 사이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군은 외고를 가기 위한 준비로 독서를 첫 번째로 꼽는다. 그 이유는 독서는 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목고 시험이 사고의 개성을 강조한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군이 말하는 독서 준비법은 정확히 목표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군이 독서를 강조하는 두 번째 이유는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

"학교 공부나 교과서를 통해 얻은 지식은 그냥 시험을 위한 지식으로 끝나기 쉽지요. 그러나 그런 지식들이 책에서 읽은 것과 연결이 되면 내용을 깊이 이해하게 되고 비로소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제 지식으로 축적이 되는 거죠"

책읽기와 영어 접목하기

이 군은 외고 진학을 위해 영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시키라고 조언한다. 외고를 진학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실력은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이 군의 조언처럼 '꾸준히'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어 실력은 단시간의 노력으로 늘리기 어렵다.

이 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토익 시험에서 865점을 딴 실력자다. 해외 연수를 다녀 온 적도 없고 초등학교 때 '시사영어학원'에 6개월 정도 다닌 것과, 8살 때부터 11살까지 < 눈높이학습 > 과 < 윤선생교실 > 이라는 학습지로 영어의 기초를 닦은 게 전부다. 남들과 다른 게 있다면 특유의 성실함으로 '꾸준히' 영어를 가까이 하고 파고들어 왔다는 점이다.

이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소설을 가까이 했다. 이미 알고 있는 동화 내용을 영어 비디오로 본 다음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영어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따로 문법을 공부하지 않고도 영어 어순이나 문장구조를 깨우쳤고 억양이나 강세도 익힐 수 있다.

이 군은 지금도 수업 시작 전 20분간의 독서 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2~3권 정도의 영어 원서를 읽는다. 영어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를 단어장에 정리해 두는 것은 책읽기의 한 부분이다. 한 손으로 쥘 수 있는 작은 수첩에 왼쪽은 영어단어를 오른쪽엔 뜻을 적는데 한 단어와 연관된 단어를 모두 적어놓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책 내용에서 '부엌'이란 영단어를 몰라 단어장에 적어두었다면 이것과 관련된 도마, 칼, 냄비, 그릇, 식재료 등을 모두 적어 외우는 식이다. 단어장을 정리하는 것 역시 책읽기와 함께 몸에 밴 습관이다.

중학교 시절 이 군이 영어에서 취약했던 부분은 듣기였다. 문제집이나 참고서로 해결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중 2 겨울방학 때 다니던 학원에서 영어 듣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으니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었다.

듣기에 특별한 노하우 같은 건 없다고 믿고 있던 이군이 생각해낸 것은 '가랑비에 옷 젖는' 전략이었다. 체질화된 우리나라말에는 우리 몸이 그냥 반응하듯 영어에 몸이 반응하려면 영어 발음에 익숙한 체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의 속도와 억양에 꾸준히 노출 될 필요가 있었다.

이군은 잠자기 전,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영어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외고 대비용 테이프와 수능 교재용 테이프 등 영어 듣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면 닥치는 대로 들었다.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늘 영어 테이프를 틀어 놨다. 그렇게 하기를 1년, 이 군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은 과연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저조했던 영어 듣기 점수가 서서히 올라 정상에 이르더니 그 상태를 유지했다.

공부는 꾸준히, 시간은 효율적으로

공부에 있어서 꾸준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공부의 '흐름'을 잡고 있으면 공부를 한 듯 안 한 듯 별로 힘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군은 꾸준한 것이 효율적인 공부법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몰아서 하는 공부는 흐름을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내 것으로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배운 것만 그때그때 복습하면 공부하는 것이 고통스럽거나 힘들지 않아요. 평소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시험을 앞두고 몰아서 하면 처음 배우는 것과 같아요.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니 그만큼 시간을 낭비하게 되죠. 매일 조금씩 하는 공부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이 군은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이나 유용한 공식을 노트에 적는다. 정리된 노트는 내신이나 큰 시험을 준비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중요 항목만 적어뒀기 때문에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뒤적이지 않아도 단시간에 흐름을 잡을 수 있고, 적어둔 내용이 시험에 출제될 확률도 높다. 오답노트도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는 장치 중 하나다.

이 군의 오답노트에는 각 문제마다 출제자의 의도나 문제에 적용되는 공식 등이 빨간 글씨로 깨알같이 적혀 있다. 문제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로 문제가 나왔는지, 문제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때문이다. 오답 노트를 들춰볼 때도 문제를 읽고 출제자의 의도나 공식을 외워보는 식이다. 오답노트만으로 핵심 내용 정리가 되는 셈이고 틈틈이 들여다봄으로써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계획표 짜기는 필수다. 이 군은 한 달 치 공부할 분량을 정해 놓고 날짜 단위로 배분하고, 매일의 시간은 자기 전에 계획표를 만들어 시간 단위로 다시 배분한다. 간단한 메모 형식이지만 쉬는 시간에 할 일, 자습 시간에 할 일, 자기 전에 할 일 등 구체적으로 계획해 두고 최대한 계획한 시간 안에 해야 할 공부를 마치려고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활용하기에 따라 20시간이 될 수도 있고 30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공부를 할 때 계획을 먼저 세우고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군에겐 스스로를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수단이다.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효율적인 공부 방법의 일환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잡념이 생기고 집중이 되지 않으며 공부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잠자는 시간을 줄이지 않는다. 평일에는 보통 6시간, 주말엔 8시간 정도 자는 편이다.

"학교에서 수업에 시달리고 방과 후 자율학습과 학원 수업 등으로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업에 집중해 50분 동안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이 혼자 2시간 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 시험을 잘 보려면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는데 출제자가 문제의 의도를 말해주는 시간에 조는 것은 시험을 망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잖아요."

이 군의 공부 비결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성실과 효율이다. 이것만 지킨다면 어려운 공부도 유쾌한 기분으로 할 수 있다. 이 군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나와 한국은행 총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앞으로는 경제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며 글로벌 경제 CEO가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군은 하루 30분씩 우리나라의 경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데 쏟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남들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공부를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멀리 보고, 차분하게 그리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이 군의 공부법이 이와 다르지 않으니 앞으로 이루지 못할 꿈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베리타스 알파=이수희 기자 www.veritas-a.com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