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허물을 고치기만 하면 되는데

그대로 그렇게 2008. 7. 12. 12:57

허물을 고치기만 하면 되는데


요즘 ‘촛불’의 무서운 힘을 보면서 다산의 귀한 말씀에 참으로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산은 34세 때인 1785년 정3품 당상관인 승지 벼슬에서 금정도찰방이라는 하급관리로 귀양살이에 버금가는 좌천을 당합니다. 중국의 신부 주문모의 입국에 관여했다는 억울한 누명으로 당한 피해였습니다. 그러나 다산은 그런 억울한 대우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훌륭한 저작물을 남겼으니 다름 아닌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이라는 매우 값진 글입니다.

우연히 이웃집에서 빌린 『퇴계집』을 읽었는데 그 글에서 퇴계의 서간문을 읽으며 삶의 전체를 새롭게 점검하여 뛰어난 반성문으로 작성한 내용입니다. 퇴계의 깊고 넓으며 오묘한 사색의 편지를 읽다가 너무나 많은 반성의 자료를 얻었다는 내용인데, 바로 여기에는 퇴계의 깊은 사색에 못지않은 다산의 철학적 사색이 온전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퇴계가 어느 고을 군수(郡守)에게 보낸 편지에, “잘못된 일을 고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잘못이 없었던 것보다 낫다”(能改則猶爲無過人矣)라는 대목을 읽은 다산은 자신의 이야기로 잘못 고치는 일(改過)에 대한 상세한 사색을 풀어쓰고 있습니다. “옛부터 성현들은 모두가 ‘개과(改過)’를 귀하게 여겼다. 대체로 인간은 자신의 허물에 대해 애초에는 부끄러워하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고, 처음에는 변명하며 꾸며내려다 끝내는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하게 된다. 이래서 허물을 고치는 일이 애초에 허물이 없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이 얼마나 사람의 심리현상을 제대로 읽어낸 글인가요.

“사람이란 허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급선무는 오직 ‘개과’ 두 글자일 뿐이다. 세상을 우습게 여기고 남을 깔보는 것이 하나의 허물이다. 재주와 능력을 빛내는 것이 또 하나의 허물이다. 영예를 탐내고 이익을 좋아함이 또 허물이고, 은혜 베푼 것만 생각하며 원한을 품은 것이 또 하나다. 자기편과만 함께 하고 다른 편은 공격함이 또 허물이다.…”라고 말하여 사람의 마음이 지닐 수 있는 온갖 허물을 세세하게 열거합니다.

세상을 우습게 여기는 오늘의 지도자들, 경제를 살릴 재주와 능력이 있다고 뽐내는 지도자들, 영예와 이익만 좋아하는 지도자들, 남에게 베푼 것만 잊지 않고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원한을 품은 지도자들, 자기편만 두둔하고 남은 공격하는 지도자들, 이런 것을 다산처럼 시인하고 ‘개과’라는 두 글자로 돌아가도 ‘촛불’이 활활 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