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나
단순한 플라스틱 줄로 만든 장난감이 영국 초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장난감은 예전 우리나라 학생들이 ‘실과’
시간에 배워 만들곤 했던 ‘끈으로 만든 매듭’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이처럼 끈을 이용해 열쇠고리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영국에서 이 장난감은 ‘스쿠비두(Scoubidou)’라고 불린다. 매듭 사이사이에 여러 장식들이 있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보다 훨씬 화려하다. 스쿠비두는 열쇠고리로도, 가방이나 휴대전화의 장식품으로 인기다.
올해 아홉 살인 마리아 역시
스쿠비두에 푹 빠져 있다. 마리아는 또래 친구들처럼 가방에 다양한 색과 모양의 스쿠비두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다. 또 심심할 때마다 스쿠비두를
하나씩 만들어 친구와 가족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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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살인 마리아가 자신의 가방에 달린 스쿠비두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황성수 통신원]
| “만드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스쿠비두를 만들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게 마리아의
말이다. 마리아는 “요즘에는 친구들끼리 자신이 만든 것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얘기했다.
영국에서 스쿠비두의 인기는 말
그대로 대단하다. 영국 장난감 시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쿠비두는 매주 100만 개 이상 팔려나가고 있다. 예전에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전자게임기 ‘다마고치’나 ‘포켓몬’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실제로 영국 초등학교에 가보면 초등학생 10명 중 8~9명이 이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까지 아이들이 만들어 준 이 장난감을 하나씩 가지고 다닐
정도다.
스쿠비두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의 발표에 따르면 이 장난감은 지금까지 약 4500만 개가 팔렸다. 이는 이 회사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가 여태껏 단 한 차례도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스쿠비두 광고를 한 적이 없다는
것. 스쿠비두는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지금 같은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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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쿠비두의 모습들. [사진 제공=스쿠비두월드] | 영국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게임에 빠져 살고 있던 어린이들이 스쿠비두처럼 단순한 장난감에 빠진 것을 신기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만 하는 스쿠비두를 좋아하는 것에는 묘한 안도감마저 느낀다.
마리아의 엄마인 아나는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던
내 아이가 왜 갑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만 하는 이런 장난감에 열광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스쿠비두의 유행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아나 역시 “아이들이 스쿠비두를 직접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게다가 그렇게 만든
스쿠비두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교육 면에서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쿠비두는 네덜란드로 여행을 갔던 한 영국 여성이
네덜란드 어린이들이 이를 만들며 노는 모습을 보고는 영국으로 들여온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이 장난감을 ‘스쿠비두’라고
부른다.
‘스쿠비두’라는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유명 가수 사샤 디스텔의 콘서트에서 한 팬이 전기줄로
만든 팔찌를 선물하며 그 위에 ‘스쿠비두’라고 써놓은 것. 디스텔은 뒤에 ‘스쿠비두’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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