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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콩·아몬드 등 섞은 '가짜 고기' 햄버거 열풍.. 美國선 '식량 기술' 기업에만 1조원 투자 실리콘밸리

그대로 그렇게 2018. 8. 8. 18:18

테크 트렌드] [5] 콩·아몬드 등 섞은 '가짜 고기' 햄버거 열풍.. 美國선 '식량 기술' 기업에만 1조원 투자 실리콘밸리/박건형 특파원 입력 2018.08.0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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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테크(food tech)

지난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한 레스토랑에서 20달러짜리 햄버거를 주문하자, 두툼한 패티 두 장과 채소로 채운 큼지막한 햄버거가 나왔다. 한입 베어 물자 덜 구운 소고기 특유의 육즙과 불 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햄버거에 쓴 패티는 소고기를 단 한 점도 넣지 않고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가짜 고기'였다. 메뉴판에는 이 햄버거가 '채식주의 메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레스토랑은 실리콘밸리의 음식 벤처기업 '임파서블 푸드'에서 햄버거 패티를 공급받는다. 패트릭 브라운 스탠퍼드대 교수가 2009년 창업한 '임파서블 푸드'의 목표는 '육식주의자들이 좋아할 가짜 고기' 제조이다. 브라운 교수는 이를 위해 소고기를 분자(分子) 단위로 쪼개 연구했다. 고기 맛과 향, 식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그 결과 철분을 포함한 진홍색의 '헴(heme)' 분자가 고기 맛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브라운은 헴 분자가 콩의 뿌리혹 부분에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콩·아몬드·밀 등과 헴을 섞어 '100% 가짜 소고기'를 합성했다.

콩·아몬드·밀 등을 섞어서 만든‘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왼쪽). 미 실리콘밸리의 식품 관련 스타트업 기업 멤피스 미트의 실험실에서 만든 소고기 재료의 미트볼. /박건형 특파원·멤피스 미트

가짜 고기 메뉴를 내놓고 있는 식당은 현재 미국 전역에 3000곳이 넘는다.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도 이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스위스 투자은행 UBS 등에서 3억달러(약 3370억원)를 투자받았다.

투자자와 식당 고객들이 가짜 고기에 열광하는 것은 지구를 '육류 소비'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인은 2억6300만t에 이르는 육류를 소비했다. 전 세계 농경지의 70%가 가축이나 가축이 먹을 사료를 키우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각하다. 일례로 소 한 마리는 4인 가족 일주일 소비량보다 많은 물 30L를 하루에 먹어치운다. 소는 방귀와 트림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력한 메탄을 내뿜는다. 소가 내뿜는 메탄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의 18%에 이른다. 육류 소비 증가가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온난화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 같은 가축을 키우지 않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첨단 과학을 동원해 진짜 고기를 대체하는 가짜 고기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첨단 '푸드 테크'가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사들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푸드 테크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에 이른다(시장조사 업체 '피치북'). 진짜 고기보다 더 많은 철분·단백질을 포함한 가짜 고기를 생산하는 비욘드 미트, 인공 계란 생산업체 저스트, 식물성 버터와 치즈를 만드는 미요코 키친 등이 이들의 주 투자처이다.

농장 대신 실험실에서 고기를 자라게 하는 기술도 있다. 네덜란드 벤처 '모사미트'와 미국 기업 '멤피스 미트'는 건강한 소의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를 떼어내 배양 접시에서 키운다. 배아 줄기세포는 단백질 덩어리로, 성체 줄기세포는 근육으로 자라는데, 이를 적절하게 섞으면 근육과 살코기가 조화를 이룬 소고기를 만들 수 있다. 두 기업 모두 2021년 시장에 배양육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푸드 테크 기업 제품은 아직까지 가격이 비싼 데다, 일부에는 GMO(유전자 변형 작물)가 들어간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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