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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츄리

그대로 그렇게 2006. 2. 28. 11:07

원추리는 여름을 대표하는 우리의 꽃이다. 가장 일찍 피는 애기원추리는 6월에 이미 노란 꽃망울 터뜨려 숲을 장식한다. 이어 큰원추리, 원추리, 노랑원추리가 핀다. 이맘 때면 오대산은 노란 원추리꽃으로 절정을 이룬다.

원추리는 동양의 꽃이다.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원산의 다년초이다. 전국의 볕이 드는 풀밭이나 산지의 양지에서 잘 자란다. 길가, 밭둑, 숲 가장자리나 볕이 새어 드는 나무 아래에서도 잘 견딘다.

봄철 워낙 일찍 새싹이 돋아나기 때문에 중요한 식용식물로 여겨왔다. 지방에 따라 '넘나물'이라 하는데 한자어로 '넓은나물'을 뜻하는 '광채(廣菜)'에서 따온 말인 것 같다.

원추리는 노란색이다. 노랑은 5방색 중에서도 중앙을 뜻하며 각 방향에서 오는 잡귀를 막아준다. 집안의 중심이며 깊숙한 내당 뜰에 심는 꽃이다.

옛 사람들은 "부녀자가 머리에 원추리꽃을 꽂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했다. 이 말은 원추리 꽃봉오리가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남화(宜男花)라 한 것은 남근 숭배사상에서 유래되었고, 꽃이 지고 나면 전체가 오무라져 붙어버리기 때문에 합환화(合歡花)라 했다.

남의 어머니를 훤당(萱堂)으로 높여 부르는 것은 어머니들이 거쳐하는 뒤뜰에 원추리를 많이 심기 때문이다. 원추리 나물을 많이 먹으면 취해서 의식이 몽롱하게 되고 무엇을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근심 걱정까지 날려 보내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망우초(忘憂草), 의남화(宜男花), 모애초(母愛草)라 한다. 원추리는 노란꽃을 나물로 하는 까닭에 황화채(黃花菜), 화채(花菜)라 한다. 꽃봉오리를 따 말려두고 나물로 했다. 요즈음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원추리 꽃봉오리 나물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된 것이다. 데쳐서 말린 것이기 때문에 물에 불려 갖가지 요리에 쓸 수 있다.

원추리 잎은 난초나 붓꽃처럼 긴 칼날 모양이다. 봄철에 돋아나는 싹은 밑에서 서로 감싼다. 완전히 자란 잎은 1∼1.5m나 된다. 꽃줄기는 잎과 비슷하지만 잎이 비스듬히 자라거나 중간에서 꺾어지기 때문에 훨씬 길게 보인다. 꽃줄기 끝에서 몇 개의 짧은 가지가 갈라지고 그 끝에서 한 송이씩 노란 꽃이 핀다.

원추리 꽃은 부귀를 상징한다. 황색은 고귀함과 중앙을 뜻한다. 황색 원추리꽃에서 풍요와 번영을 보았던 때문이다. 또한 긴 꽃봉오리 모양에서 사내 아기를 연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임산부가 원추리 꽃봉오리 말린 것을 갖고 다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믿었다. 또 부인들이 원추리꽃을 머리에 꽂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또한 남아 선호 사상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원추리꽃을 의남화(宜男花)라 불렀다.

원추리꽃은 피었다 질 때면 꽃잎을 오므린다. 꽃봉오리가 긴 원추형이고 활짝 피면 나팔 모양이 되었다가 질 때는 다시 봉오리처럼 오므라 든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모양에서 부부의 금슬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합환화(合歡花)라 했던가.

원추리꽃에서는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정유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중국의 옛 황실에서는 꽃을 말려 베개 속을 채웠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성적 감흥을 일으켜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원추리를 황금의 베개를 뜻하는 금침화(金枕花)라 했는지 모른다. 침실 뒤뜰에 은밀히 심는 것도 알고 보면 부부의 금슬이 좋아라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의 문호 임어당(林語堂)은 "꽃을 보려거든 원추리(忘憂草)는 심지 말며, 새소리를 들으려면 뻐꾸기는 기르지 말라"고 했다. 원추리는 슬픔의 꽃이고, 뻐꾸기야말로 진달래꽃에 피를 토하는 비극의 새이기 때문이다. 유사(遺史)에 있는 이야기이다.


망우초의 유래에 대해 「이화연수서(李華延壽書)」에는 "원추리꽃을 먹으면 정신이 아득해져 마치 취한 것처럼 돼 근심을 잊어버린다"고 했다. 실제 원추리 뿌리에는 사포닌과 알칼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어서 마취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결핵, 주독, 강정, 이뇨, 해열제로 쓴다.

민간요법으로 전초를 루머티스, 신경통, 위염, 황달에 달여 마신다고 했다. 또 뿌리를 요통, 산후 자궁 수축제로 쓴다. 뿌리즙을 묽게 하여 젖멍울, 중이염, 알레르기에 마시고, 벌레에게 물려 가려운데 뿌리를 짖찧어 붙였다.

대부분의 산채는 봄철에 돋아나는 어린 싹을 먹는다. 원추리는 싹뿐만 아니라 꽃도 먹는다. 꽃을 나물로 하는 몇 안되는 식용식물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원추리 나물을 선식으로 즐겨 먹었다. 봄에는 어린 싹을 먹고 여름이면 꽃봉오리로 찜, 졸임, 무침, 전을 하거나 말린 꽃을 찻잔에 띄워 운치를 즐겼다.

옛 선비들도 마찬가지이다. 원추리꽃이 피는 여름이면 꽃봉오리로 화채(花菜)요리를 해 놓고 친한 벗을 불렀다. 향기로운 술과 맛깔스런 원추리꽃 나물을 안주로 하여 흥을 돋우었고, 시구를 주고 받았다.

맛과 함께 멋을 취할 줄 알았던 옛 선비정신이 깃든 원추리가 지금은 장독대와 함께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뜨거운 햇살에 익어가는 장맛과 함께 한 떨기 원추리 꽃이 핀 시골의 정취가 아쉬운 때이다. 

 
출처 : 원츄리
글쓴이 : 든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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