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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밴드 '그린데이' 첫 내한…"한국, 너희가 제일 미쳤어!"

그대로 그렇게 2010. 1. 19. 18:26

펑크밴드 '그린데이' 첫 내한…"한국, 너희가 제일 미쳤어!"

한국경제 | 입력 2010.01.19 14:58 | 수정 2010.01.19 18:10

 


 
"한국까지 오는 데 21년이나 걸렸어. 그런데 그거 알아? 너희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가장 미친 관객들이야!"

18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리즈'의 7번째 주자로 첫 내한공연을 가진 미국 록밴드 '그린데이(Green Day)'의 보컬 빌리 조 암스트롱은 공연 중 관객들을 향해 이 같이 외쳤다.

빌리 조가 격양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이렇게 외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좌석수 1만여명 정도의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2시간 30분 동안 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 팬들은 오랜 시간동안 그들을 기다려왔다. 십수 년 전 그들의 앨범을 듣고 연주를 따라하던 30대 팬들, 최근에야 팬이 된 10대 소년소녀들이 한 데 어우러져 기대를 안고 무대를 바라봤다. 그리고 예정시간인 오후 8시를 불과 수 분 넘겼을까. 멤버들이 차례차례 무대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 '송 오브 더 센추리(Song of the Century)' 도입 멜로디가 흐르자 무대 앞 스탠딩석에 서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앞으로 뛰쳐나갔다.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들도 순식간에 일어나 그린데이의 '프론트맨' 빌리 조와 베이시스트 마이크 던트, 드러머 트레 쿨 3인의 멤버를 맞았다.

지난해 발매된 앨범에 수록된 최신곡들 위주로 공연 초반을 이끌어갔지만 팬들의 사전 준비는 만만치 않았다. 모든 곡들을 거침없이 따라 불러 무대에 오른 그린데이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고무된 빌리 조는 지금껏 영상을 통해 접했던 그린데이의 어떤 공연보다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대에 드러누워 갑작스레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약 10명의 관객들을 연거푸 무대 위로 끌어올려 평생 잊지 못할 기억들을 안겨줬다. 이들은 마이크를 거머쥐고 노래를 열창하다 망설임 없이 무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절정에 달한 듯한 환희가 묻어났다.

1972년생 동갑내기들로 구성된, 마흔을 바라보는 노장밴드지만 이들의 무대 운영능력은 뛰어났다. 공연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거침없이 흐름을 이어갔다. '기브 미 노버케인(Give Me Novacaine)', '트웨니원 건즈(21 Guns)'같은 미디엄템포의 곡들을 섞어가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노련하게 이끌었다.

그런가하면 빠른 템포의 펑크를 부를 때는 신장 170cm에 불과한 빌리 조의 몸집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들의 대표곡 '바스켓 케이스(Basket Case)' 도입부가 들려오자 관객들은 온 힘을 쥐어짜 열광했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고, 들고 있던 야광봉을 일제히 쏘아 올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무대에서 터져 나오던 불꽃과 폭죽 등 특수효과도 볼 거리였다.

조그만 해프닝도 있었다. '롱뷰(Longview)'가 연주되던 중 무대 위에 오른 한 여성관객이 빌리 조에게 열정적인 '키스'를 선사한 것.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빌리 조는 여성관객에게 객석 위로 뛰어내릴 것을 권하며 '사태'를 마무리했다.

그린데이는 한국 팬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빌리 조는 공연 중 무대 중간에서 태극기를 꺼내들어 흔들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미국 관객보다 낫다", "미국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큰 소리"라며 한국 관객들을 부추기는 한편, 이날 공연장을 찾은 적지 않은 미국 관객들의 질투심도 자아냈다.

공연의 공식적인 마지막 곡 '마이너리티(Minority)'가 끝나고 멤버들은 잠시 몸을 숨겼다. 이들을 다시 무대 위로 이끌어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관객들이 목청껏 외치는 앙코르 요청에 그린데이는 불과 수 분을 버티지 못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그린데이는 히트곡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에 이어 무려 9분에 걸친 러닝타임의 대곡 '지저스 오브 서브어비아(Jesus of Suburbia)'를 들려주며 관객들의 환호에 열정적으로 보답했다.

이어 무대가 어두워지고, 빌리 조는 스포트라이트에 감싸여 통기타를 메고 무대 중앙에 홀로 앉았다. 한국 팬들과의 21년만의 만남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서정적인 멜로디의 '라스트 나잇 온 어스(Last Night on Earth)'가 울려 퍼지고, 이어진 '웨이크 미 업 웬 더 셉템버 엔즈(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에서 한국 팬들은 재회를 다짐하듯 공연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멤버들을 떠나보냈다.

이 같은 성원에 보답하듯 "당신이 인생에 남을 만한 시간을 보냈기를 바래요(I hope that you had a time of your life)"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굿 리던스(Good Riddance)'가 이어지며 2시간 30분에 걸친 그린데이의 공연은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났지만 관객들은 쉽게 발걸음을 떼질 못했다. 공연장 밖에서도 그린데이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에 모여앉아 벅찬 감정을 나누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서로 어깨를 감싸 안고 그린데이의 노래를 부르는 팬들도 있었다.

그린데이는 이날 밤 그야말로 완벽한 무대를 선사했다. 내한 스타들의 고질병인 '지각 공연'이나 간혹 도마 위에 오르곤 했던 불성실한 공연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대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대형 스크린마저도 치워버렸다. '악동' 이미지가 강한 그린데이지만, 짜임새 있는 공연 구성과 탄탄한 연주력, 성실한 무대매너로 보는 이들을 열광케 했다. 펑크밴드로는 이례적으로 장수하며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힘의 원천을 입증하는 듯 했다.

그린데이는 지난 1994년 출시한 메이저 데뷔앨범 '두키(Dookie)' 등으로 전세계에서 6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데 이어 2007년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레코드상'을 거머쥔 '슈퍼밴드'다.
지난해 선보인 '트웬티퍼스트 센추리 브레이크다운(21st Century Breakdown)' 앨범 또한 출시 3일만에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데뷔 후 2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헉스... 보고 싶었는데........ ㅠ.ㅠ
구스타프 클림트전 놓친것만큼 아쉽다. 아니 그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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