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과의 싸움
원래 집엔 두개의 압력밥솥이 있다.
하나는 전기, 하나는 가스.
전기압력밥솥(쿠쿠)은 귀국하니까 남편이 자기가 쓰던거라며(실은 몇년전 내가 인터넷으로 사준거.)
안에 밥솥만 새것으로 갈아서 쓴거고,
가스압력밥솥(풍년)은 울 꼬맹이들 태어나기 전에 신혼때 산거라 10년이 넘은 물건이었다.
그래도 스테인레스이고 손잡이 헐거우면 내가 도라이바로 조여주고 하면서 쓴거라 아주 짱짱했다.
첨엔 전기압력밥솥이 고장이 났다.
보온은 되는데, 취사가 안되었다.
그래서 전기, 가스 교대로 쓰던 습관을 버리고,
가스로만 밥을 지어 전기에 보온을 하곤 했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는데,
가스 압력밥솥에서 삐~하는 소리가 났다.
불을 줄이니까 그 소리가 없어졌다.
그렇게 또 몇달을 사용했다.
그런데 삐~소리가 다시나더니, 불을 줄이건, 높이건 간에 끊임없이 났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안에 고무패킹 갈 때가 된거라는 이야기가 있어
5000 원 주고 새것을 사서 갈았다.
받뜨... 그래도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하루 이틀 냄비 밥을 먹으면서
휘슬러 압력밥솥을 샀다.
비타빗 프리미엄 8인용을 사고,
4인용을 하나 더 사서 엄마께 드렸다.
인터넷을 보고 사용법을 익혀서 하니 밥이 그럭저럭 잘되었는데,
엄마가 밥이 안된다며 화를 내셨다.
이거 또 교환해야되는거 아닌가 짜증이 났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는데,
울집에서 8인용으로 밥을 해보니 엄마와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즉 손잡이 부분에서 첨엔 증기가 나오다가
떨꺽하는 느낌과 함께 노초빨 신호등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엄마는 손잡이 부분에서 증기가 나와 밥이 안된다고 하소연하셨다.
지난 토요일 직접 엄마집에가서 밥하는 법을 알려드렸더니 제대로 되었다.
이래서 귀찮은 교환을 하지 않아도 되어 안심하고,
전기 압력밥솥까지 쿠쿠서비스센터가서 5000 원주고 고쳐서 취사까지 되게 만들어놨다.
이제 압력밥솥과의 전쟁은 끝이 났다.
삐~소리 나면 남편은 성질내고, 나는 귀가 멍멍해져서 이명이 생기는 것 같고,
힘이 들었는데, 이젠 부드러운 칙~소리만 나서 다행이다.
돈은 40만원 넘게 깨졌지만, 이리저리 다 알아보고 한거라 맘은 후련하다.
알아보고 노력하지 않고 돈을 쓴다면 얼마나 억울하냐구, 나중에 후회도 많고.
물론 나도 새것으로 좋은거 마구마구 사고 싶을 때 많지만,
너무 낭비하면 지구를 더 오염시키고 환경을 파괴시킬까봐 최대한 자제를 한다.
그래서 옷도 잘 안산다.
미국에서 많이 사오기도 했지만,
내가 2-30대 이쁜 나이도 아니고,
이제 늙어가는 중닭인데, 옷만 이쁘게 입으면 뭐하냐구.
그냥 있는 옷 깨끗이 빨아 입다가 갈 때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사치가 심한(워낙 돈이 많으니까) 두 친구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다가,
미친년 취급당해서 좀 당황하긴 했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