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아놔...

그대로 그렇게 2014. 4. 25. 14:21

미국에 있을 때 엄마께 드린 말씀이 있다.

"엄마, 나 이제는 김치도 잘 담궈... 맨날 김치냉장고에 있는 신김장김치 드시지 말고, 바로 한 햇김치, 햇알타리무김치 이런 것도 내가 해드릴께~"

 

그래서 어제 알타리무김치를 담궜다.

즐겨가는 마트에 가니 알타리무 상태가 넘 안좋아서 다른 마트를 헤매고 다녀봤으나 전무했다.

그래서 다시 그 곳에 가서 사려고 하니깐 점원 아저씨가 그랬다.

"그거 2000원에 다 가져가세요."

다섯단인데?

"누가 가져다 달라 해서 갖다놨는데, 안 가져가요. 다 가져가세요."

그래서 다섯단을 다 가져왔다.

잎, 줄기는 시들어서 다 버린모양... 무우만 있었다.

 

집에 와서 씻고 다듬는데...

와... 넘 힘들었다.

예전에 빅토르가

"주말에 뭐했니?"

묻길래

"김치 담궜어."

"김치 담굴 때 뭐가 제일 힘들고도 중요하니?"

그러길래

"야채를 씻고 다듬는게 젤로 힘들어."

그러니까 빅토르가 갸우뚱하던 생각이 난다.

 

도저히 다 못다듬을 것 같아 간신히 석단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김치 냉장고에 비닐로 싸서 담아놨다.

그랬는데도...

팔이 넘 아파 잠을 설쳤다.

밤새도록 왼팔로 오른팔을 주무르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아침에 담궈 놓은 알타리무김치를 먹어보니 참 맛있었다.

두팩으로 싸서

큰거는 엄마드리고, 작은 거는 한의원 와서 먹을라고 가져왔다.

 

내일 친구들 만날 때도 싸가져 가서 먹을 것이다.

오랫만에 만난 소중한 친구들인데 뭘 사줘야 할지 고민이다.

갈비집을 갈까, 샤브샤브 집을 갈까, 훈제 오리고기집을 갈까...

물론 난 반찬 싸가져가서 공기밥 한그릇만 시켜서 먹을거지만...

 

그나저나 이렇게 팔을 혹사시킨 다음...

아침에 와서 침을 놓을라고 하니

골프엘보우 올 것 처럼 주관절이 쑤셨다.

손가락도 아직 많이 아프다.

나머지 두단도 다듬어서 김치 해놔야 하는데...;;;

엄마한테 다듬어 달라고 할까?

 

팔 아픈 이유가 사실 어제 간만에 다림질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내 가운과 블라우스, 남편 셔츠를 각잡아 다림질해놨더만...

 

가끔 내가 고급인력인지 저급인력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예전에 알타리무 다듬을 때는 나같은 고급인력이 이런걸 하고 있다뉘... 불평했는데,

미국 갔다 온 이후론 많은 게 달라졌다.

나 자신을 알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난 스스로 중급인력이라고 자처하겠다.

원래 중용이 젤로 좋은거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