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っき

나방의 모성애.

그대로 그렇게 2013. 5. 19. 09:09

어제 대대적인 청소를 했다.

나까무라상(일명 남편)이 더럽게 쓰던 베란다를 싹 다 치웠다.

뭔가 덜 필요한 물건, 지인들이 귀국하면서 나에게 쓰라고 한 물건 중에 본인 눈에 거슬리는 물건, 재활용 쓰레기...등등 온갖 것을 다 자기 방 앞에 있는 베란다에 잔뜩 쌓아 놓았다.

그래서 나까무라상이 없는 때를 노렸다.

어제가 기회다 싶어 그것들을 치우는 와중에 보니... 구석에 썩은 나무옆에 작은 알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었다.

아까부터 옆에서 치근덕대고 안 도망가던 왕나방의 알이었던 것 같았다.

빗자루로 싹싹 쓸어버리는데... 나방이 알옆에서 떠나질 않았다.

결국 실수로 내가 빗자락으로 나방을 건드렸을 때 화들짝 놀라서 날아갔다.

곤충들도 자기 새끼들을 아끼는건가... 혼자 아름다운 상상을 해 봤다. (그럼 뭐해... 네가 다 갖다 버렸잖아...;;;)

 

나까무라상과 싸운 이유도 드러운 베란다 때문이었다.

쓸만한 물건도 눈에 거슬린다고 다 베란다에 갖다가 쏟아 놓으니까...

내가 화가 나서 한마디 했더만... 2주 넘게 말을 안 한다.

 

그러나 난 깨끗한 베란다를 창문에서 내다보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

오늘 둘째가 베란다에서 스쿠터 갖고 노는 걸 보니 더 흐뭇했다.